SK텔레콤과 NTT도코모가 모바일금융 서비스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향후 이 시장의 구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일 양국의 최대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 간 협력일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가 휴대전화 응용서비스 사업을 위해 국제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내로라하는 CDMA사업자와 TDMA 기반 사업자가 서로 손잡고 모바일금융 분야 협의체를 구성하는 만큼 이 분야 국제표준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데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SK텔레콤과 NTT도코모의 협력 의도는 분명하다. 각각 한·일 양국에서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모바일금융 시장에서 그것도 세계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가 한·일 양국에서 모바일금융을 상호 이용하는 로밍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조인트벤처 형태로 중국·인도 등 제3 국가에 대한 모바일금융 서비스 수출과 이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사실상의 표준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 이를 방증해 준다.
현재 이동전화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융합 현상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략 추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이동통신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OMA와 같이 민간기업 주도의 포럼이 국제표준기구와 관계 설정을 통해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데 반해 모바일금융 분야의 경우 표준화 활동이 미흡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단지 이번 양사 협력의 성공여부는 양국 솔루션기업 및 금융기관의 협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양사가 협의체에 다른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 참여를 당분간 불허하면서 양국의 솔루션기업, 금융사에 참여를 모두 허용한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솔루션기업, 금융사들이 함께 참여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로 서비스하는 것은 물론 세계 시장 공략에 공동으로 나설 때 사실상의 표준화가 가능한 까닭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세계 기술발전 추세를 감안하면 기업 간 상호협력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테크놀로지 컨버전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세계 동업종 간에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양사 협력을 계기로 앞으로 모바일 금융 분야에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협력체 구성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모바일금융 기술이 두 개 진영으로 나눠져 병립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은행이 바뀔 때마다 칩을 바꾸어야 하는 이른바 ‘1칩 1은행’ 방식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기술적으로 통합이 가능하지만 통신회사와 금융기관 간 주도권 경쟁으로 통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내 모바일금용 이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우리의 모바일금융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과 NTT도코모가 손잡고 모바일금융 국제표준화에 나서는 만큼 우리 기술이 세계표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이동전화 보급 증가와 함께 다른 나라도 모바일금융의 도입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화에도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특정기술을 국제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기술이든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도록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픈 것이다.
이번 SK텔레콤과 NTT도코모의 협력은 강자 간 연합을 통해 세계시장의 표준을 주도하고, 핵심 역량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정부의 IT정책과 기업정책도 이런 흐름에 맞도록 변화가 있어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