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텔 진영의 PC시장 과점에 대적하기 위해 등장했던 ‘네트워크PC’ 개념이 되살아나고 있다.
네트워크 PC 보급 움직임은 PC의 가격하락과 초고속 인터넷의 더딘 보급 탓에 일찌감치 물거품이 됐으나 150달러짜리 저가 네트워크 컴퓨터의 형태로 새 생명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초 칩 업체들과 이들의 중국 제휴사들은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표준 PC보다 저렴한 네트워크 PC를 제조하기 위해 ‘오픈소스 네트워크 컴퓨팅’ 이니셔티브 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칩 업체인 PMC-시에라의 밥 베일리 최고경영자(CEO)는 새너 제이에서 열린 추계 프로세서 포럼에서 연설을 통해 150달러대 네트워크 컴퓨터들이 신흥신장에서 PC를 대체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베일리 CEO는 “네트워크 컴퓨터에는 냉각팬도 하드드라이브도 윈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PC가 보안망 침투와 바이러스 공격에 대해 일반 PC 만큼 취약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PC보다 관리비가 훨씬 덜 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네트워크 PC가 사용하는 칩 아키텍처의 사용허가(라이센스)를 받은 업체가 100곳이 넘고 리눅스가 이미 표준으로 자리잡았다는 점 등을 들어 네트워크PC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최근 네트워크PC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은 중국 베이징 소재 칭화대학교의 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 또 네트워크PC를 강력한 서버에 연결해 주는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늘어나고 제3세계 중산층에서 저가 PC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밖에도 PMC, 밉스 테크놀로지스, ATI 테크놀로지스도 네트워크PC를 지지하고 있고 중국 최대의 PC제조업체인 레노보 등 중국 기업들도 네트워크PC를 생산할 계획이다. 네트워크PC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와 와이즈 테크놀로지가 네트워크 컴퓨터를 제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네트워크PC는 공개소스인 리눅스를 운용체계로 쓰고 대다수 칩 업체들이 제조하는 네트워크 컴퓨터용 칩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아 테크놀로지스 산하 센토 테크놀로지의 글렌 헨리 사장은 자사의 인텔 호환칩을 사용한 PC가 중국에서 150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리포트의 케빈 크레웰 편집장은 “네트워크 PC의 가격이 적당한 것 같다”고 진단하고 “PMC-시에라가 네트워크PC를 지원하려면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ISP)와 소매업체 등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MC-시에라의 베일리 최고 경영자는 네트워크 컴퓨터가 보다 효율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표준 PC에 비해 가격이 절반 정도 밖에 안될 것으로 보고 네트워크 PC의 가격을 원가 80달러, 판매가 150달러로 추정했다.
한편 10년 전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500달러짜리 초저가 컴퓨터들이 광대역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높은 성능을 발휘할 것이므로 MS와 인텔의 PC시장 과점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