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DVR업체들이 최근의 경기부진을 극복하고 매출확대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이 올 들어 경기가 침체되면서 DVR시장에서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돌파구를 찾아야 할 형편이라고 하니 방향전환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을 하느니 넓은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게 미래를 위해서도 잘하는 일이다.
DVR뿐만 아니라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가 수출시장을 개척해 매출을 늘려야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해외순방을 끝내고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1일 베트남 국빈방문시 기업의 해외이전에 대해 “안에서 경쟁력 떨어져 죽는 것보다 나가는 게 낫다”며 기업의 해외진출을 권장한 바 있다.
그동안 국내경기가 침체되면 어느 분야든지 어김없이 기업 간의 과당경쟁이 고질병처럼 도지곤 했다. 한정된 시장에서 기업들이 최저가 입찰이나 덤핑 수주 등으로 수익성을 떨어뜨리면 결국 그 부담이 고스란히 해당업체로 돌아가 최악의 경우 기업체 도산이라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던 것이다. 국내 DVR시장도 100여 개 군소업체들이 난립해 관급공사를 놓고 과당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자금운용에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한다. 다행히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DVR업계가 내수시장의 경기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겠다는 자세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잘 아는 것처럼 해외 DVR시장의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한다. 세계 수요가 지난해 14억달러에서 올해는 40% 이상 증가하고 이 같은 추세는 오는 2007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시장조사기관인 양키그룹이 전망했다. DVR는 우리가 개발한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지명도가 높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해외시장을 공략하느냐에 따라 기대 이상의 수출확대가 이뤄질 수 있는 제품이다. IT기술을 기반으로 경쟁국보다 영상압축이나 녹화속도, 화면의 선명도 등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해외시장 공략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국내업체끼리 같은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기업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 정작 해외에 나가면 국내시장에서 벌였던 덤핑수주나 저가경쟁에 나서는 일이 적지 않다.
이는 소탐대실이며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한 마디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해외시장의 가격질서를 무너뜨리고 국내기업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는 일이다. 그보다는 해외시장에서 신뢰와 성실을 바탕으로 기술과 품질, 가격으로 승부를 걸어야 거래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노력이 선행돼야 해외시장에 한국제품이 뿌리를 굳건히 내릴 수 있다.
이런 노력에 덧붙여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나름대로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외국 조달시장의 정보를 기업들에 제공해 왔다. 정부는 앞으로 이 같은 정보제공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기업들이 수출길 개척에 수시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관세환급 체계상의 미비점을 보완해 관련업체들이 수입제한 및 수출용 원자재의 관세환급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가 DVR제품을 수출주력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업계와 공동으로 전시회 개최나 핵심부품 개발 등에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제 역할을 다해야 정부 지원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