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네트워크장비 시장서 선두를 질주해온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최근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서 연전연패하면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일부 프로젝트 담당자의 문책설까지 내부에서 흘러나오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최근 실시된 SK텔레콤 신사옥에 들어갈 네트워크 장비 입찰에서 주니퍼네트웍스와 익스트림에 패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SK텔레콤의 35층 규모의 서울 을지로 신사옥에 들어갈 3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주니퍼와 익스트림을 낙점, 이번주 내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특히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심장인 신사옥에 들어가는 장비 구매라는 점과, 도입하는 스위치 전체가 PoE(파워 오브 이더넷)을 지원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관련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아 왔다.
시스코 입장에서는 이번 패배가 그동안 자사가 각종 장비 공급을 독과점해오다 다른 기업들이 ‘도전’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맞은 것이라 더욱 뼈아픈 수주전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라우터의 경우는 주니퍼네트웍스에, 층간 스위치는 익스트림네트웍스에 각각 물량을 뺏기게 됐다. 다만, 비(非)경쟁입찰로 진행된 백본용 스위치 4대의 공급권을 가져가게 됐으나 자존심을 구긴 셈이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이동통신망에 소요되는 장비 공급전에서도 이전처럼 경쟁자 없이 무혈입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또 이번 SK텔레콤 신사옥이 PoE(파워 오브 이더넷)가 지원되는 스위치를 도입,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점에서도 시스코의 타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PoE가 지원되는 스위치는 인터넷전화(VoIP)와 무선랜을 구축하는데 적합한 제품으로 차세대 기업 네트워크 구축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빌딩 전체 네트워크를 PoE가 지원되는 스위치로 구축하기도 이번이 국내 처음으로 시스코 입장에서는 차기 주력 사업 아이템의 첫 대형 구축 사례 확보에 실패한 셈이 됐다. 반대로 주니퍼와 익스트림은 대형 레퍼런스를 확보, 향후 관련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입찰 금액보다는 SK텔레콤의 심장부에 자사의 장비를 납품했다는 점과 차기 기업 네트워크의 신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관련 수주 업체들에게는 의미가 큰 프로젝트였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시스코시스템즈는 한국 시장에서 예전처럼 ‘이름값’만으로 수주전을 따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