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국제 표준의 중요성

우리 수출에서 전기전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774억달러에 달하고 수출입을 합하면 1261억달러(2003년 기준)에 이른다. 세계 각국은 전기전자제품에 의한 감전, 화재발생, 전자파 등 안전하지 못한 제품의 특성을 규제하고 있다. 국내 생산품은 유통전에, 수입품은 통관전에 안전에 관한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인증기준은 무역상기술장벽(WTO/TBT) 협정에 의해 국제표준을 사용토록 하고 있으며 전기전자제품의 경우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표준이 된다.

 전기분야의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IEC의 제68차 총회가 13일부터 2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번 총회는 우리나라가 지난 1963년 IEC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국제표준화활동에 참여한 이후 처음 개최하는 것이다. 62개 회원국으로부터 1000여명의 대표가 참가해 반도체 소자의 성능에서부터 전자제품의 안전 기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국제표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IEC의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총회, 이사회, 표준화관리이사회, 적합성위원회 등이 개최되고 동시에 22개 기술위원회가 병행 개최되어 IEC국제표준안을 놓고 기술적 토의를 하게 된다.

 또 총회기간 중 ‘멀티미디어 장비의 호환성 및 상호운용성 제고를 위한 국제표준의 역할’ 논제 아래 국내외 전문가들이 디지털시대의 멀티미디어 호환성에 관한 국제동향 및 전략을 발표하고, IEC의 표준화 활동 방향과 IEC에 바라는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국제표준기구가 제정하는 국제표준은 여러가지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국가 간 물자나 용역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각국에서 서로 다른 규제기준을 가지고 있을 때 그 기준은 바로 무역상 기술장벽이 될 것이며, 이 때문에 각국이 강제검사기준을 만들 때 국제표준의 사용을 권고받고 있다. EU가 93년 단일시장을 출범시키기 위해 80년대부터 유럽통합표준(EN)을 만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로 기업의 시장선점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개발된 기술이나 제품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었을 때 시장진출이 용이하게 되며, 특히 경쟁이 치열한 IT기술이나 첨단산업의 경우는 ‘국제표준=시장의 승자’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 요즘 IT기술 관련 업체들이 제품 개발 전부터 관련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기술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이전 효과다. 무역으로 국부를 창출해 세계11위의 경제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표준화 활동에 기여함으로써 후발개도국을 지원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IEC 등 국제표준화기구의 표준제정은 중앙사무국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분권화된 기술위원회(TC/SC)가 담당하고 있으며 각 위원회는 간사국 중심으로 운영되며 합의를 바탕으로 ‘3분의 2 다수결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IEC의 172개 기술위원회 중 우리나라는 반도체소자, 멀티미디어 등 4개 위원회에서 간사국을 맡고 있으며 5개 분야 실무작업반(WG) 의장을 담당하고 있다. 또 차세대먹거리산업으로 발굴한 10개의 신성장산업 중 디지털TV, 차세대디스플레이, 차세대전지 및 반도체 등 4개 분야가 IEC의 소관으로 되어 있다.

 정부는 신성장산업분야에서 보유중인 기술과 향후 개발될 기술을 국제표준화하는 것이 시장을 선점하고 진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라 보고 신성장산업 지원을 위한 국제표준화 5개년 계획을 추진중이다. 5년 정도 지나면 IEC 소관하의 기술위원회 간사국은 20개 정도, 우리기술의 국제표준으로의 반영률은 15% 정도로 높아져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IEC총회가 우리나라에서의 기술표준에의 이해와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표준의 참여와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윤교원 산자부 기술표준원장 kwyoon@at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