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일자리 그늘 지우기

일자리 창출. 정부나 기업이 쉼없이 추진했다. 지금도 추진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밀고 나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취업난은 풀릴 줄 모른다. 청년실업도 계속 늘고 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은 귀에 익은 말이 됐다.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처럼 좁다. 9급 공무원에 채용되면 가문의 영광이란다. 취직하는 일이 예전 과거에 응시해 급제하는 일만큼이나 힘들고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면 입사서류를 평균 10번 이상 제출해야 한다니 실상을 알 만하다. 일부는 귀향길에 오르기도 한다. 그나마 흙이 좋아 귀향하는 이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러니 백수생활을 하는 당사자나 그 가족은 생인손을 앓는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이 땅에 정말 일자리가 없어서 그런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대기업은 일자리가 없다. 보수 많고 주5일제에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중견기업 이상은 그렇다. 하지만 이 범주를 벗어난 기업에서는 복장이 탈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할 사람을 구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지원자가 없다고 한다. 자리를 비워놔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공원이나 지하도에 가면 노숙자들이 적지 않은데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공단에서는 기계 돌릴 사람이 없어 기계를 세워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공장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공장을 빌려 주거나 창고업으로 업종을 바꾼 이도 있다. 아직 방향전환을 못한 기업인은 하루 보내기가 고통의 연속이다. 한쪽은 남아돌고 한쪽은 채우지 못해 가슴을 치는 현실, 그게 이 땅의 엄연한 모습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인력수급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만약 인력수급 불균형만 해소할 수 있다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과 같을 것이다. 넘치는 것을 모자라는 곳으로 옮길 수만 있다면 정부나 기업, 실업자 등은 고민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다. 너도 나도 얼굴에 환한 웃음 꽃을 피울 수 있을 게다.

 일자리는 생존의 문제다. 인간이 숟가락 놓고 살 수 없다. 인간에게 먹고 사는 일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 일자리가 없어 노는 이나,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 치는 중소기업인이나 목구멍에 거미줄 치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는 올 초부터 일자리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매년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오는 2008년까지 20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경제지도자 회의도 열었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일자리 만들기에 나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취업난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실업률은 3.5%대다. 왜 그런가. 제조업이 살아나지 못한데다 고용 없는 성장이 가장 큰 이유다. 대기업은 투자를 해도 인력채용에 한계가 있다. 대규모 설비를 들여와도 자동화로 대량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예외다. 중소기업은 아직 사람의존 비중이 높다. 반면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은 대기업에 비해 열악하다. 주5일제 근무나 임금보전 등이 중소기업의 구인장애물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 성장률을 4%대로 전망한다. 이런 상태라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 두 가지 대안이 있다. 하나는 기업 하기 좋은 최고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것은 시일이 걸린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실업자들이 취업의 눈높이를 조절하는 일이다. 아니면 계속 이력서만 내고 있어야 한다. 취업의 그늘에서 벗아나는 일, 그것은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면 일자리가 보일 것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