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선택 받은 `중소벤처 되기­`

“어떤 회사가 돈을 가장 잘 벌고 있습니까?”

 일본의 한 교수가 경영학의 달인 피터 드러커 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드러커 박사는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다른 회사보다 더 뛰어난 제품군과 기술 그리고 시장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회사는 시장의 특정 부분이나 목표 시장에 자신이 보유한 것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고, 고객 중의 일정 대상에게만 집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제품의 우위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아마도 그는 변화하기 쉬운 시장에서 규모가 작더라도 확실하고 한정된 분야에 나름대로 지위를 구축해 가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재검토할 수 있는 중소기업 쪽이 훨씬 힘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격려를 보낸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고, 그 기술 혁신의 주체로서 중소·벤처기업을 주목해 왔다. 중소·벤처기업은 첨단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창업해, 성공에 대한 정열과 꿈을 지닌 최고경영자와 창업 핵심 인력들이 야심·사고양식·행동양식·강점·한계 등을 잘 알고 있어 특정 부분에서 빠른 속도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사실 그래왔다.

 그렇다면 왜 세계 각지의 수많은 기술인력의 땀과 노력으로 이뤄진 기술혁신과 엄청난 벤처 지원 자금이 해마다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왜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받은 자는 적은 것일까.

 캐즘마케팅을 주창한 제프리 무어는 그 대답을 마케팅에서 찾고 있다. 제품의 특징을 비교해 보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제품이 성공한 제품보다 더 뛰어난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오라클은 사이베이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퍼펙트, 시스코는 베이네트웍스, 인텔은 모토로라보다 각각 기술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마케팅을 잘한 것이다. 마케팅이 승패를 가른 것이다.

 더구나 첨단 기술제품은 기존의 제품과는 달리 ‘불연속적인 혁신’ 형태를 띠고 있어서 기존 소비재 마케팅 기법을 섣불리 적용하기도 어렵다.

 혁신적인 제품이 초기의 진보적 성향의 소비자 시장을 넘어 실용주의자가 지배하는 주류시장에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중소·벤처기업이 뛰어넘어야 할 캐즘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캐즘을 뛰어넘는 동안 기업 구성원들의 단결된 힘이 요구된다.

 중소·벤처기업은 사람과 자금면에서 보유 자원과 추가 자원의 조달능력이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 경영진은 기술혁신의 한 축과 시장이라는 또 다른 큰 한 축을 바라보면서 한정된 자원을 생산성이 높고 성과가 높은 분야로 옮기는 어려운 일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고객·시장·기술에 대해서 감지하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또 기업 내부의 구성원들이 혁신을 이루고 캐즘의 기간을 인내할 수 있도록 사내 중심 요원과 얘기할 시간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최고 경영자는 그 어려운 경영 환경 하에서도 시간, 그것도 자유로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피터 드러커 박사는 조언하는 것이다.

 연료전지라는 첨단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을 창업해 지난 3년간 운영해온 필자는 한정된 자원으로 기술혁신과 마케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사람이 문제에만 구애받으면 인간과 조직의 약점이 더욱 부각돼 보이기 때문에 생각이 자꾸 나쁜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래서 창업할 때의 사명감과 정열을 다시 기억해내고는 우리 조직만의 강점으로 새로운 기회에 초점을 맞춰 기술혁신과 마케팅이라는 두 기둥을 세워나가려 한다.

 중소·벤처기업인은 분명히 청함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제 남은 일은 택함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신미남 퓨얼셀파워 사장 mshinn@fuelcellp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