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사업자 투자분위기 살려야 한다

방송위원회가 엊그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업체의 모바일방송 서비스를 방송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문광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별정방송’ 개념을 도입하는 형태로 방송법 개정 추진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는 것이다. 통신·방송 경계영역 서비스 관장 문제를 놓고 또 다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간 논란이 벌어질 것이 확실해 그저 착잡한 느낌을 갖게 한다. 통신·방송 융합시대에 맞는 통합법이 없어 부처 이기주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복합미디어서비스가 발목을 잡히는 모양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이번에 방송위가 ‘방송영역’에 속한다고 분명히 밝힌 모바일방송 서비스인 ‘준’ ‘핌’은 무선통신망으로 지상파방송 재전송까지 하는 휴대폰 방송 서비스지만 수용자의 능동적 선택이 가능해 통신 영역에 가까운 통신·방송 경계영역 서비스라 할 수 있다. cdma2000 1x EVDO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업자들만 가능한 서비스여서 지금까지 방송법 규제를 받지 않고 정통부의 신고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 심의만 받아온 상황이다. 하지만 방송위나 문광위의 의지대로 별정방송 사업으로 방송법에 포함되면 이 서비스도 방송위의 규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내용 심의는 물론 프로그램 편성, 진입규제(지분제한 등)까지 방송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방송정책 전반을 총괄, 감독하는 방송위의 이번 입장 표명은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수신 단말기 자체는 휴대폰과 같으면서 방송사업자의 서비스로 분류되는 위성DMB에 대해 지상파방송 재전송을 당분간 불허하기로 엊그제 결정한 마당에 이와 엇비슷한 서비스를 방송영역이라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또 방송위가 통신·방송 경계 영역 서비스 문제와 관련해 별정방송사업자 개념을 신설해 방송법에 도입하자고 정통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사실 ‘준’ ‘핌’과 같은 통신과 방송 융합서비스는 양쪽 속성을 모두 공유하고 있어 이중 규제 가능성의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그 규제가 방송 서비스의 공익성을 지키면서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야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본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통신·방송 융합서비스는 대부분 가입자가 원하면 서비스를 받는 구조인데 이를 기존 방송과 똑같은 잣대로 규제하다 보면 기술 발전 추세를 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가 여기서 방송위의 입장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방송이냐 아니냐를 따져 입장 표명을 하고 규제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출현하게 될 통신과 방송이 결합된 뉴미디어는 신규서비스를 할 때마다 법·제도적 장벽에 막혀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새롭게 등장하는 시장과 서비스를 기존의 법과 제도로 억지로 맞추려다 보니 생기는 부조화 현상으로밖에 볼 수 없는 문제다.

 그동안 통신·방송 융합 등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춰 새로운 근거법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부처 간 이기주의로 논의과정에서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시장은 통신과 방송의 기술적 융합과 서비스 융합, 그리고 사업자 융합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줘야 할 법과 제도는 관련 부처와 이해당사자 간의 정책적 갈등으로 난맥상을 거듭하며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라고 했다. 이제 통신·방송 융합 시대에 걸맞은 새 틀을 짜야 한다. 더는 늦춰서도 안 되고 법과 제도가 진화하는 서비스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된다. 더구나 통신·방송 융합이 가져다 줄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우물안 개구리’ 같은 사고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