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대한민국 기술대전`에 부쳐

기술은 미래의 중요한 자산이며 국가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은 70년대에는 섬유·신발 등 노동집약형 제조업, 80년대에는 철강·선박 등 자본집약형 제조업, 90년대에는 반도체·컴퓨터·자동차 등 기술 집약형 제조업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2000년도 이후에는 유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산업으로 개편되고 산업 간 융합화와 산업 내의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산업 간 네트워크화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기업 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90년대에 나타나기 시작한 IT·BT·NT·ET 등이 기술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의 상호작용으로 대대적인 기술융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혁신 기술이 기대되고 있다. 결국 21세기 들어 국제 경쟁의 정도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일류기업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 인식을 같이하게 됐다. 이제는 정보와 지식에 기초를 둔 기술력의 확보여부가 국가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 중심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래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착실하게 R&D와 생산 간 밀접한 협력을 통해 해외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제품구조를 변화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가전·부품소재에서 경쟁력이 있는 고부가 중심으로 전환중이다. 중국은 고성장과 시장기회 확대로 인해 다국적기업들의 대중국 투자가 촉진되고 있으며, 대외 지향적 공업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다국적 기업들도 풍부한 자본력·인력·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과감한 기술혁신투자를 통해 지배제품(dominant design)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에는 이른바 불연속적인 혁신(discrete innovation) 또는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이라 부를 수 있는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세계적 일류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표준선점 및 후속기업에 대한 시장진입 차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체제의 무한경쟁시대에서 기술우위확보를 위한 국제분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기술선진국과 낙후국가 간 이해대립 및 기술격차 역시 갈수록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의 산업화 성공 경험과 작금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산업기술재단은 기술중시 문화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고, 주요 산업분야에서 R&D 성과를 높이기 위한 성과 중심의 기술혁신시스템을 구축하고, 청년실업문제를 포함한 기술 인력의 육성에 매진해 왔다.

 이번에 ‘세계의 기술로 도약하는 성장동력’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2004 대한민국기술대전’은 산업기술분야 전체를 망라한 국내 최대의 종합전시회로 올해 12회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민간 자체의 기술개발 성과나 정부의 기술개발자금이 지원된 기술을 일반 국민에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최돼 왔다.

 반면 올해는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10대 성장동력 기술에 대한 기획전시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감기술, 대체에너지 등을 기획 전시하고 에너지 절약방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에너지 기술관을 전시했다. 또한 외국기업들의 우수한 기술 및 제품을 전시하여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간 교류의 장이 될 외국기술관을 기획했다. 아울러 산업기술관련 행사를 통합해 산업기술주간(2004년 10월 14일∼10월 20일)을 선포하고 축제형태의 프로그램을 조성해 산업기술인을 위한 리셉션인 산업기술인의 밤, KBS와 공동으로 열린 음악회를 개최한다.

 2004 대한민국기술대전은 이제 열두 돌을 맞이하여 온 국민의 기술문화 축제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는 기술인들을 격려하고 나아가 기술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bongkp@kote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