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텔 비즈니스 유감

 제이씨현시스템이 인텔CPU 유통사업을 접었다. 제이씨현은 지난 99년부터 최근까지 삼테크·인텍앤컴퍼니 등 다른 인텔 대리점들과 더불어 인텔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나름대로 해왔던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씨현이 대리점 자격을 스스로 반납한 것은 그만큼 인텔과의 비즈니스가 부실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인텔도 한때는 대리점과 윈윈하던 시절이 있었다. PC가 전성기를 맞이했던 때다. 당시 인텔과 인텔의 대리점들은 ‘인텔 인사이드’를 기치로 동반성장을 했다. PC경기가 나빠진 이후에도 인텔은 ‘인텔 채널 리베이트(ICR)’ 프로그램으로 대리점들의 기를 살리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벌어진 시장 환경 변화는 인텔과 인텔 대리점의 공생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PC시장은 위축되고, 그레이 제품의 유입으로 인해 대리점은 이윤은 커녕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제이씨현이 인텔 비즈니스를 중단한 이유다. 물론 하이엔드 기종으로 시장을 이끌어가고 싶어했던 인텔과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 딜러들 사이의 괴리도 한 원인이다.

 제이씨현이 인텔 CPU유통을 그만둔다고 해서 시장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인텔은 이를 계기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주목된다.

 인텔 대리점 관계자들은 “인텔 코리아로서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아시아 태평양이라는 지역 단위로 본다면 정품이 판매되든 그레이 제품이 판매되든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라고 말하곤 한다. 대리점들이 인텔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인텔이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제이씨현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공생관계를 지칭할 때 악어와 악어새를 예로 든다. 악어새는 먹이를 가까운 곳에서 풍부히 찾을 수 있어서 좋고, 악어 역시 입안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어 서로가 윈윈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벤더와 대리점의 관계도 이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컴퓨터산업부·박영하기자@전자신문, y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