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최고경영자(CEO)인 사무엘 팔미사노는 올해 초 “5000억달러의 새 시장이 IBM에 열리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휴렛패커드(HP)의 회장이자 CEO인 칼리 피오리나는 최근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HP는 1조달러 이상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최고 경영자들의 발언을 소개하며 피오리나의 HP가 디지털카메라 부터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문어발식 ‘기술 재벌’을 꿈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출액 기준 IBM에 이어 세계 2위 컴퓨터 기업인 HP는 기업용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최근 TV, MP3플레이어 등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시장까지도 정조준하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을 아우르는 모든 시장에 족적을 남기려는 HP의 야심찬 전략을 총지휘하고 있는 피오리나는 이에 대해 “새로운 기술 세계에서는 완전한 포트폴리오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면서 “큰 자는 더 커지고 작은 자는 더 작아질 것”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이는 기술업체들의 경쟁력이 통합에 달려 있다는 그의 소신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아이팟’(MP3플레이어), 유닉스 서버, 디지털카메라, 기술 컨설팅, 텔레비젼, 테라바이트 데이터스토리지 시스템 등 문어발식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피오리나의 ‘그랜드 비전’에 대해 월가 일부 투자가들은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CEO의 성적표를 나타내주는 주가가 그의 CEO 재임 5년간 경쟁사보다 낮다는 점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피오리나는 1999년 7월 HP의 첫 외부 영입 CEO라는 화제를 모으며 CEO에 올랐지만 지난 1999년 7월 이래 현재까지 HP 주가는 경쟁사인 IBM, 델, 렉스마크 보다 저조한 편이다.<표참조>
HP의 사업 아이템이 늘어나면서 경쟁사들도 HP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경영자는 피오리나가 HP의 중요한 기업 고객 다수가 참석한 지난 여름의 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반면 며칠 뒤 열린 디지털음악플레이어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HP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피오리나의 야심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일부 애널리스트들도 “HP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회사인지, 프린터 회사인지, 아니면 가전그룹인지 헷갈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