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얘기 중에 인간을 두뇌 수준과 근면성으로 나누는 경우가 있다. 즉 부지런하고 머리 좋은 사람, 게으르지만 머리 좋은 사람, 부지런하지만 머리가 나쁜 사람, 게으르고 머리도 나쁜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끄집어 내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분류는 독일의 군사전략가 한스 폰 젝트의 이론 가운데 하나다. 젝트는 세계 제1차 대전 후 독일군을 재건한 인물로 제2차 대전 당시 연합군 입장에서 보면 ‘악의 뿌리’나 다름없지만 전쟁사적으로는 의미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세계 제2차 대전의 명장 몽고메리가 자서전에서 인용함으로써 유명해진 이 분류는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젝트에 따르면 부지런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참모형으로 적격이다. 이기기 위한 전술을 짜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게으르고 머리도 나쁜 사람은 모든 장해물을 때려 부술 수 있어 명령만 따르는 입장으로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비가 되는 사례는 머리는 좋은데 게으른 사람과 머리는 나쁜데 부지런한 사람이다. 젝트는 전자를 최고사령관형으로 봤다.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질과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정확한 지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전선지휘관으로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가장 안 좋은 인간형은 후자다. 명령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뒤늦게 깨달은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젝트는 부지런한데 머리가 안 따르는 사람을 군대에서 추방하거나 심하면 총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일정 부분 타당하다. 기업의 책임자들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학벌이 ‘가장 안전(?)하며’ 지연·인연으로 조직을 구성하면 ‘최소한 욕은 안 먹을 수 있다’는 소극적 발상보다는 차라리 와해 직전의 독일군을 살려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던 젝트의 이러한 분류를 적용해 봄이 어떠할지 권유해 본다.
경제과학부·허의원차장@전자신문, ew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