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소송 제기 이유는?

지난주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이 주파수 분배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들어 총무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손 사장이 이번에 법정소송이란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휴대폰 사업자로 첫 발을 내딛는 상황에서 800㎒ 주파수 대역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초기 투자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800㎒ 주파수 대역의 취득 여부가 관건이란 판단이다.

현재 일본에서 휴대폰용 주파수 대역은 800㎒대·1.5㎓·2㎓대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800㎒대역은 건물 등 지형지물을 만나도 손쉽게 실내나 구석진 곳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통화 연결 능력이 뛰어나다. 또 전파를 중계하는 기지국 설치 비용도 적게 든다.

손 사장은 원래 내년부터 신규 사업자에게 할당될 예정인 2㎓주파수 대역의 일부를 활용해 휴대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총무성이 이 주파수 대역을 고속데이터 통신용 3세대(3G) 서비스인 ‘TDD’에 할당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800㎒대역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손 사장은 이미 총무성이 지난 8월 발표한 ‘800㎒대 주파수의 할당 방침안’에 대해 ‘기존 2개 사업자에게 주파수를 특혜 배정했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신문 등 주요매체에 대대적인 의견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손 사장이 800㎒대 주파수 배정에 대해 반발한 이후 총무성은 지난달 말 소프트뱅크에 “내년부터 1.7㎓대를 신규로 할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를 놓고 ‘소프트뱅크에 대한 배려’라고 꼬집었지만 정작 손 사장은 여전히 800㎒대역을 고집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총무성이 공공재인 주파수를 배정하는데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소프트뱅크의 행정 소송은 결과 여부를 떠나 일본 휴대폰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 바람을 몰고 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