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의 미래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에 달려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IT산업은 세계가 괄목할 정도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무선전화, 게임, 광대역통신,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그 성과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IT산업은 그간 세계시장에서 주로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싸게, 더 좋은 품질로 공급하는 데 주력해왔고 그런대로 성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시장에서 일본·EU·대만 기업과의 격심한 경쟁과 중장기적으로 중국·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을 물리치기에 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 우위(격차)로 안주하기에는 너무 여유가 없고 취약하다. 닷컴 버블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IT산업의 성장에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IT산업의 활로로 생각하고 추구하는 와이브로(WiBro)·디지털TV·DMB·차세대 이동통신·BcN·바이오산업·콘텐츠산업·나노테크 산업의 복합된 IT제품 등은 재미있게도 대부분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실험적·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제품 및 서비스다. 이를 우리가 새로 개발하고 세계시장에 팔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별로 경험하지 못한 과정이다. 과거에는 생산성·품질·제품 및 서비스 혁신이 우리 기업들이 추구하던 전략이고 경영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도 단순히 값싸게 제조만 열심히 하던 단계보다는 월등하게 진보된 것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라는 단계로 더 어려운 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성공하는 경우에 그 과실이 매우 클 수 있다. 그러나 개척자로서의 위험 또한 매우 크다. 첫째, 기술상의 위험이다. 기술의 개발도 어렵지만 대체기술과의 경쟁도 문제가 된다. 또 대부분이 한 분야의 우수한 기술과 과거에는 별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던 분야의 기술 결합이 필요하다. 예컨대 IT기술 이외에 생물학적 기술, 재료공학적 기술, 수학, 예술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복잡한 기술개발프로젝트에 대한 우수한 관리능력이 필요하다. 또 대외적으로는 국제표준의 설정이나 선택에서의 우월적 지위 확보 방안도 필요하다. 둘째, 시장규모에 따른 위험이다. 창출되는 시장은 당연히 세계시장이어서 이에 따른 시장조사, 기술개발, 생산시스템의 구축, 유통망의 확보 등에 막대한 초기투자비용이나 셋업비용이 요구된다. 이러한 비용 조달을 특정 기업이 하기에는 부담과 재무적인 위험이 크다. 셋째, 시간적으로 장기 프로젝트이고 공간적으로는 관련된 주자가 세계적이고 많아 상당한 협상과 협력 기술이 요구되고, 거대 프로젝트의 관리 능력과 세계시장에 대한 정확한 지식 및 정보도 필요하다. 이러한 특징을 종합하면 IT 산업의 신시장 창출은 큰 성과를 노린 프로젝트임에 틀림 없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요인이 크고, 또 매우 큰 자원의 조달과 관리능력이 요구된다.
그동안 우리의 IT산업체들은 비교적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의 조달능력(오히려 국내에서의 자원 공급 능력에 문제가 있다)과 대규모 프로젝트의 관리경험은 큰 기업을 중심으로 부족한 대로 약간 얻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시장의 위험 크기에 대한 정확한 예측, 여기에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에 대한 판단과 결단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위험관리능력은 부족하다. 근거 없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사고방식, 과감성으로 표현되는 계산되지 못한 투자집행, 잘못을 인지하고서도 고치지 못하는 집착은 우리가 추구하는 IT산업의 성공적인 시장창출노력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을 수 있다. (이러한 폐해는 많은 IT벤처 투자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은 기업 개별적 위험관리 능력 향상 노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파트너 간 협력을 통한 위험의 분담방안과 필요한 경우 정부가 그 위험의 일부를 부담해주고 장래의 과실도 나누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IT산업에서 신시장 창출은 기업가들이 IT의 미래에 대한 훌륭한 비전을 가지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은 경영자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기업종사자, 파트너기업, 정부, 소비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비전의 공유가 있어야 다양한 참여자 간에 위험을 분담하고 협상과 협력이 원활하게 자리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봉(건국대 경영대학 교수·한국데이터베이스학회장) business1@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