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은 방송을 규제하는 법이다. 방송법은 제1조 목적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은 또 이런 일을 도맡을 국가기관으로 ‘방송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은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을 실현하고, 방송내용의 질적 향상 및 방송사업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하여’ 방송위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에 관한 국가의 정책과 규제를 맡은 독립적 행정기구다.
방송법에 나타난 방송위의 존재 이유는 한마디로 방송을 통해 방송사나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인 국민의 이익 즉 공공복리를 증진하라는 것이다. 방송위는 기본적으로 특정한 정치세력이나 사업자의 편이 아니라 국민의 편이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방송사업과 시청자의 이해관계가 대립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개는 일치한다. 방송사는 방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의 신뢰감과 함께 부수적으로 이윤을 얻고, 시청자는 정보·교육·오락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복한 양자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방송위가 나서서 시청자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방송위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본래 규제 기구란 규제의 대상이 된 산업과 함께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그런데 방송법과 방송규제기구로서의 방송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 특히 산업적 논리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방송위가 산업진흥에 소극적이거나 역행한다는 듯이 말한다. 방송위원회의 입장에서 보면 산업진흥이라는 명분으로 국민과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이 사업자의 편익만을 관철하려는 사람들이야말로 국민의 이익보다는 산업과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방송위에 대한 몰이해는 관료사회에도 있다. 방송위의 방송행정권을 못마땅해 하는 일부 관료는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이 민간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방송위원회가 민간기구이고 민간기구가 국가행정을 하는 것이 위헌인 것처럼 말한다. 이들은 방송위가 방송법으로 설치되고 직무를 부여받았으며 행정의 책임자들로서 장차관급 공무원을 5명이나 두고 있는 엄연한 국가기구라는 사실을 무시한다. 방송위가 일반 정부부처 형태(독임제관청)가 되지 않은 것이나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을 민간인으로 한 것은 방송행정의 독립성을 기함으로써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더 큰 뜻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 부족도 간혹 관찰된다. 방송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6명은 국회에서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위원의 3분의 2가 국회에서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되기 때문에 방송위는 철저한 국민대표성에 근거하고 있다. 국회에서 추천한 6명의 위원중 야당에서 추천한 위원도 4명이나 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런 위원회를 건설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극단적인 언사로 매도한다. 방송위가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적 절차에 따라 구성된 국가기구가 자신의 의사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듯 매도하는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방송위는 시시때때로 다양한 비판에 직면하곤 한다. 그것이 방송의 독립성을 구현하고 시청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독립적 규제기구인 방송위의 운명이라고 한다면, 방송위는 건설적인 비판은 귀담아 듣고 잘못된 비난에 대해서는 인내를 가지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모든 일들은 국민과 시청자의 편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효성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hslee@kb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