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온 난민이나 이민자들에게 컴퓨터 기술이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스무살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인 자밀라 모하마드 아유브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컴퓨터를 TV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e메일 계정을 4개나 가졌고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등 여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인터넷을 서핑할 수 있다.
아유브가 배우는 컴퓨터 기술은 그녀뿐 아니라 그녀에게 의존하고 있는 가족들의 생존까지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현재 그녀는 문맹인 어머니와 장애자인 여동생 및 학교에 다니는 2명의 다른 동생 등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장 계산원이나 사무실 여직원으로 일하고 싶어한다. 장차 그녀는 가족 부양에만 매달리지 않고 대학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다.
아유브는 이런 기술을 미국 산타 클라라 카운티의 자선단체 ‘카톨릭 채리티스’가 운영하는 컴퓨터 교실에서 배웠다. 그녀는 카톨릭 채리티스에서 컴퓨터뿐 아니라 영어도 배우고 임시 거처도 배정받았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체포돼 갖은 고문을 당한 뒤 3년6개월전쯤 미국에 온 토마스 레이 폴리노도 이 단체의 컴퓨터 강좌를 듣기 전까지 컴퓨터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카톨릭 채리티스의 컴퓨터 교실에서 컴퓨터를 익힌 덕분에 지난 9월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에 취직했다.
폴리노도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고 싶어 법과대학에 다니길 바란다. 그는 “이제서야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난민들이 미국에서 재정적 독립과 성공에 이르는 데는 컴퓨터 기술이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컴퓨터 기술은 이들 난민들에겐 50% 이상 임금이 많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등 여러 기업들이 이미 입사지원서를 컴퓨터나 온라인을 통해 받고 있다.
현재 카톨릭 채리티스에서도 컴퓨터 과정 수료자들의 취업율은 70%에 달한다. 지난 2월 이후 컴퓨터 교실 1개월 과정 졸업자 중에서 62명이 취업했다. 그동안 이 단체를 통해 미국에 정착한 난민은 200여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컴퓨터 교실의 강좌는 매우 인기가 좋아 15대의 컴퓨터가 쉴 새 없이 사용된다. 보스니아 전쟁 난민으로 이 단체에서 컴퓨터 강사로 일하고 있는 자스민 앨리치는 컴퓨터 앞에 앉지 못한 학생들이 교실 뒤쪽에 서서 남들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을 보게라도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밝혔다.
한편 카톨릭 채리티스의 컴퓨터 교실은 올 초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뻔했으나 MS가 소프트웨어 외에 3만 달러의 기부금을 제공해 위기를 모면했다. 연간 150명 정도를 교육하는 이 컴퓨터 교실은 앞으로 컴퓨터 교육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카톨릭 채리티스의 엘렌 뒤메닐 이사는 “이 곳에서 교육받는 사람들은 정말 존경만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도전을 딛고 이 곳에 왔으며 미국에 와서 대체로 성공한다”고 말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