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기업의 CEO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한숨이 끊일 때가 없다. 끝을 모르는 불황 탓에 기업들이 저마다 솔루션 투자를 보류하거나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콜센터 관련 업계도 크게 다르진 않다. 콜센터 관련 업체들은 CRM의 첨병으로 불리며 콜센터 솔루션의 수요 증가와 함께 콜센터의 규모 또한 1000석 이상으로 대형화되는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기업 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출이 예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앞서 생각해보면 솔루션 시장의 불황이 단순히 경기불황 탓만은 아니다. 물론 경기불황이 기업들의 CRM 투자를 얼어붙게 만든 큰 원인임에는 틀림없지만 CRM 솔루션의 투자대비효과(ROI) 분석에 기업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는 탓도 적지 않다.
생각해보면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비용절감이 기업경영의 이슈로 대두되면서 솔루션 투자에 대한 ROI 분석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CRM 솔루션기업들이 좀더 편리한 제품, 한 단계 향상된 기능의 고가 제품을 만드는 사이 사용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CRM 솔루션에 대한 ROI 분석 움직임은 대형 사이트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렇듯 ROI 분석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와 시도는 높아져 가고 있지만 분석에 대한 기준이나 적당한 툴이 없어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어려움이 많다. 최근 CRM 솔루션 ROI 분석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실제 CRM 솔루션이 영업이익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매출 증대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CRM 솔루션에 대한 ROI 분석툴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데는 사용자와 공급자 사이에 이견이 없다.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돈이 투입된 CRM 솔루션에 대한 타당성을 설명해야 하고, 공급자 역시 추가 수요 확보를 위해서는 효과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CRM 솔루션의 ROI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분석의 기준이 무엇인지 사용자 스스로가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과 이를 반영한 공급자의 솔루션 개발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와 공급자 간의 끊임 없는 의견교류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바탕으로 표준 모델 정립이 가능할 것이다.
CRM의 첨병이라 불리는 콜센터 업계에서도 인바운드 업무가 많아지면서 비용센터(cost center)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운영관리 솔루션을 통한 원가분석으로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모 금융사의 경우 콜센터 운영관리 솔루션을 도입해 상담원의 객관적인 보상체계와 고객만족 조사, 콜당 가치 분석으로 콜센터의 원가분석과 가치산정을 수치화함으로써 콜센터의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고 있다. 이 업체의 경우 콜센터에 대한 사내 위상이 매우 높아졌을 뿐 아니라 조직원 사이에서 보상 때문에 종종 발생했던 내부 갈등 역시 사라져 업무 환경이 더욱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콜센터가 이익센터(profit center)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CRM 산업은 ‘효과 분석’이라는 과제 앞에 다시 한 번 심판대 위에 서 있다. 산업 성장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정체된 포화산업으로 남을 것인지 사회는 결정을 종용하고 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조영광 엠피씨 사장 ykcho@mp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