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국제전화 시장을 보면 ‘번호’가 넘쳐나는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것이 단순히 국제전화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롭게 등장하는 국제전화 식별번호는 국제전화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고객들까지도 혼란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선택해 이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고객이라 해도 하루만 지나면 ‘국내 최저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등장하는 국제전화 식별번호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별정통신사업자의 등장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다.
별정통신사업자는 WTO 기본통신협상에 따른 음성재판매업의 개방에 대비한 국내 통시시장 육성을 위해 ‘선 국내경쟁, 후 시장개방’이라는 전략에 따라 지난 98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는 200여개가 넘는 업체가 ‘통신’이라는 이름을 걸고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틈새형 통신시장을 육성한다는 정부 취지도 좋고, 통신서비스의 경쟁을 통해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하는 것도 좋고,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날 보면 또다시 사라지고 없는 별정통신사업자를 볼 때면 뒷맛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간간이 전화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면 단순히 요금을 싸게 하는 것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넘도록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품’들의 인기 비결을 들어보면 빠르고 편한 길이나, 단기간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얄팍한 전략보다는 자신들이 팔고 있는 상품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10년 후, 또는 100년 후의 명성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명품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되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트렌드 변화는 물론 환경변화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통신서비스에도 이런 프라이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단기간에 큰 이익만을 내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고객이 믿음을 가지고 품질과 가격 모든 면에서 만족을 느끼며 이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김윤열 데이콤 국제전화팀장 dogman@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