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FID 테스트베드`와 정지작업

 정부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사회의 기반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전자태그(RFID) 표준기술을 개발하고 후방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과 공동으로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테스트베드 설립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RFID는 기존 바코드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통과 물류는 말할 것도 없고 요금 징수나 보안 등 일상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신기술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구상은 기대가 되는 일이다. RFID 인프라를 서둘러 조성해 서비스를 조기 도입하고, 이를 동북아 IT허브 구축에 활용하기 위함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국내 RFID 시장규모는 오는 2010년경 39억달러에 달하고 세계시장은 768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한국이 미래 유비쿼터스시대의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민·관의 상호협력이 절대 필요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미 RFID를 ‘IT839 전략’ 중 하나로 선정했고 이번에 테스트베드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신성장 시장의 선점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테스트베드 후보 지역은 송도 신도시와 서울 상암동 DMC이며 단일 지역일 경우 송도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지난주 방한한 에드워드 잰더 모토로라 회장과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을 잇달아 만나 RFID 분야의 공동 기술 개발과 투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도 ‘u모빌리티 연구개발센터’를 서울에 개소하면서 한국과 앞으로 유비쿼터스 시장을 선도할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내에 RFID 테스트베드 구축 등 동북아 IT허브 구축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늦긴 했지만 RFID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분야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기술표준화와 응용 서비스 개발 및 법·제도의 정비를 우리보다 앞서 추진했고 항공 소화물 추적이나 통제시스템, 조달물품관리 등에 RFID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기반으로 민·관이 일치단결해 노력한다면 외국을 따라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국내외에서 시장 경쟁력 우위를 위해 우선 순위를 정해 현안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하겠다.

 우선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한 RFID 관련 기술표준안을 빨리 확정해야 한다. 우리는 유럽식과 미국식을 놓고 ETRI와 산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나름의 합당한 논리를 담고 있지만 하루 빨리 표준안을 확정짓지 못하면 지루하고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될 뿐이다. 방향이 결정돼야 정부와 기업들이 그런 방향으로 투자를 집중할 수 있다. 다음은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수익모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시장잠재력이 있어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기업들이 참여를 기피할 것이다. 더욱이 민간투자를 유치해야 할 상황에서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도 이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속적인 제품 가격인하로 각 분야에서 이를 더 많이 채택토록 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특정 영역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외국보다 앞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핵심기술 축적에 나서야 한다. RFID 선도국이 되려면 민·관의 공동기술 개발 및 시장확대 등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