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공급사이드 교육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세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전경제학의 정의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공급사이드 경제학은 백년도 더 된 케케묵은 논리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과잉공급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이 발생했다.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가 얼어붙어 버렸다. 케인즈는 시장경제에서 수요가 공급보다 더 중요하다고 갈파했다. 소위 수요사이드 경제학인 케인즈학파의 부상이다.

 하지만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금융이나 재정지출을 늘리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재정적자로 나라가 어지러운 지경이 돼 버렸다.

 이처럼 시장경제는 공급과 수요가 모두 중요한 요소다.

 3불정책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한국 교육시장은 온 국민의 관심거리다.

 3불이란 평준화·본고사·고교등급제를 말한다. 3불정책의 골자를 꼼꼼히 살펴보면 지극히 공급중심이다. 대학에 학생을 공급하는 고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수요자인 대학은 결정된 기준에 따라 공급물인 학생을 받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종수요자인 기업들이 국내 대졸생들을 기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요가 얼어붙고 있는 셈이다. 물론 투자위축 등 다른 요인이 있겠지만 교육인력은 공급이 넘쳐나는 반면 수요가 줄어 공황상태다.

 최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국감에서 3불정책을 부정하고 나섰다.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본고사를 비롯한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대학에 맡겨달라는 주문이다.

 교육시장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공급 쪽의 논리도, 수요 측의 이유도 모두 타당하다. 또한 똑같이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어느 한쪽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공급사이드와 수요사이드 경제학파가 100년 이상을 두고 싸우고 있지만 승부는 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나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다. 케인즈가 고전경제학의 문제점을 수요중시 정책으로 혁파할 수 있었던 것은 이론적 타당성보다 당시의 현실이었다.

 평준화 교육체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비평준화보다 더 부작용이 심각하다. 교육도 이제 수요 중시로 정책을 전환할 때가 무르익었다.

 디지털산업부 유성호부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