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 외자유치 성공 1년과 과제

2003년 10월 21일. 하나로텔레콤(옛 하나로통신)의 임시주총이 열렸던 일산 사옥 10층 대강당. 경영권 인수에 나선 LG관계자들과 뉴브리지-AIG 컨소시엄, 그리고 LG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노조원과 소액주주 대표 등 500여명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적막을 깨고 발표된 개표 결과. 전체주식의 87.7%가 참석하고 참석주식의 75%가 찬성했다. 총 11억달러의 외자 유치가 결정난 순간이었다. 노조원 등 소액주주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나로텔레콤이 외자유치를 통해 제2기 도약에 나선 지 꼭 1년이 됐다. 단기 유동성을 해소하고 경영권 분쟁도 종식된 만큼 지난 1년간 부단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달려왔다. 사명도 바꿨고 97년 설립 이후 2기 창업에 버금가는 변화를 모색했다.

◇준비는 다 됐다=글로벌 시대에 맞게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 경영진들로 새 진용을 꾸렸다. 재무건전성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현금 유동성은 8000억원이나 되고 부채비율도 79%로 낮다. 부산과 서울지역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으로 KT와 한바탕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시외전화, 국제전화 사업도 진출했다. 브로드밴드TV 기술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시범서비스가 곧 실시될 예정이다. 초고속인터넷에서 시작해 종합통신사업자로, 나아가 종합멀티미디어사업자로 변모할 준비를 갖췄다.

◇경쟁환경과 규제는 그대로=그러나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은 통신시장의 규제와 경쟁정책이다. 시내전화·시외·국제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각 분야마다 거대 공룡 KT와 싸워야한다. 말이 유효경쟁이지 발버둥쳐도 지배적사업자의 한계는 뛰어넘지 못한다. 데이콤, 두루넷, 종합유선방송사(SO) 등과는 좁은 시장을 놓고 유혈경쟁이 한창이다.

반면 외국인 지분제한에 추가 외자유치는 생각지도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핵심 사업인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를 위한 각종 규제해소다. 브로드밴드TV는 방송규제로 묶여있고 인터넷전화(VoIP)를 휴대인터넷에 접목하는 것도 이통사들의 반대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절반의 성공 가능할까=이 때문에 통신시장의 안팎의 시각은 불안하다. ‘외자 회사인 만큼 수익이 실현되면 손털고 나갈 것이다.’ ‘기업가치만 올린뒤 곧 SK텔레콤에 흡수될 것이다’ 등등 악성루머도 나돈다. 외자유치를 주도했던 노조원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한 노조원은 “외자 유치에 찬성했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전과 목표 등이 불투명하다는 것. 지난해 포괄적 업무협력을 맺었던 SK텔레콤과의 관계설정도 부담이 된다. 유·무선 결합시대를 고려하면 결국 하나로는 이통업체와 같은 배를 탈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 ADSL신화로 초고속인터넷 강국을 실현했던 하나로텔레콤이 재도약에 성공할 것인지 새삼 관심이 쏠린다.

◇윤창번사장 인터뷰

 ‘작지만 강한 회사, 종합 멀티미디어사업자’

 윤창번 사장(50)은 하나로텔레콤의 향후 비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영권 분쟁을 외자 유치로 정리, 제2기 하나로를 이끌고 있는 그는 “전환시점이 됐다”면서 “두루넷을 인수하고 와이브로 사업권도 꼭 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SK텔레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비즈니스상 필요한 협력은 하겠다”면서도 “와이브로를 통해 무선시장에 진출, 스스로 종합통신사업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ADSL신화로 IT강국의 주역이 됐다면 TPS로 통·방 융합시장의 새 신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