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무용소프트웨어(SW)연합회(BSA)가 조사한 한국의 SW 불법복제율이 과다하게 산정됐고 조사방법도 투명하지 않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정확성이 생명인 통계가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조사됐고, 그로 인해 국내 조사기관과 수치가 다르게 SW 불법복제율이 산정됐다면 이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나 관련단체가 사실 여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바로잡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최근 ‘BSA 불법복제율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자체 조사한 국내 불법복제율이 35%로 집계됐으나 BSA는 한국 SW 불법복제율을 48%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BSA는 이 같은 불법복제율을 발표하면서 세부적인 조사방법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BSA의 SW 불법복제율 조사방법론은 주관적인 SW 수요량과 공개되지 않은 회원사의 매출을 근거로 작성돼 프로그램심의위의 시장설문조사와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국내 SW정품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기준을 배제하고 시장표본 할당에 의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프로그램심의조정위의 지적이다. 문제는 이렇게 조사한 BSA의 국내 SW불법복제율이 매년 한·미 통상협상의 근거자료로 제시돼 국가에 불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적재산권 불량 국가라는 이미지를 우리가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사실은 규명하고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이번 프로그램심의위의 주장처럼 불법복제율에 대한 차이가 13%에 달한다면 이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이다. 방법론에 차이가 있다면 이는 일치시켜야 한다. 조사방법도 공개해 통계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은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통계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통계는 단순히 수치가 아니다. 통계의 생명은 정확성에 있다. 그것은 통계가 어떤 산업이나 사회현상의 바로미터가 되고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계수치는 엄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조사해 정확하게 산정해야 한다. 더욱이 실제와 다르게 조사된 통계자료가 국가간 통상협상의 근거자료로 사용된다면 안될 일이다. 그런 자료가 한국에 대한 통상협상시 압력으로 제시된다면 산정방식을 개선하는 건 마땅하다.
이미 우리도 SW 불법복제 근절을 위해 정품사용 캠페인을 벌이며 기업·사용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불법복제 단속과 더불어 정품사용 운동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정품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기업들이 외국에서 불법복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영화나 게임, 음반업체 등이 중국 등지에 진출했다가 초기에 저가의 불법복제품이 대량 유통되는 바람에 적지 않은 기업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이 같은 불법복제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BSA의 조사방법을 개선해 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불법복제 근절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면서 세계 각국이 디지털시대의 저작권 보호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IT강국인 우리가 앞장서서 SW정품을 사용해야 국내 SW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 간 통상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