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경제가 심각한 양극화병을 앓고 있는 듯하다. 수출 산업은 잘 나가고 있는 반면 내수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기업이나 산업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나 산업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어렵다고 한다. 경제적 성과가 극단으로 나누어지고 있는 것은 어느 특정산업이나 부문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중공업-경공업 간, IT-굴뚝산업 간, 지역 간 등 경제 모든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위 잘 나간다는 휴대폰을 비롯한 IT산업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진다.
경제가 성장하고 기술 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분야별로 격차 현상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산업의 경기가 항상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우산장수는 웃지만 소금장수는 울고, 반대로 해가 나면 우산 장수는 울고 소금장수는 웃게 마련이다. 요즘과 같은 침체 상황에서는 오히려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는 선도부문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에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은 정도가 지나쳐서 우려된다.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투자만 봐도 잘 나가는 업종, 기업에서만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당장도 문제지만 이대로 간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업종 간, 기업 간 차이가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해 경제 부문 간 단절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마저 높다. 특히 내수와 중소기업 등의 성장기반이 약화되면 결국 수출과 대기업, IT산업의 지속 성장마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 양극화는 또 소득불균형, 고용 불안 등 각종 사회 갈등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그만큼 양극화 현상은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인지 요즘 여당과 경제단체, 민간경제연구기관 등이 원인 분석에 나섰고 처방전을 내놓은 곳도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부품·설비 산업의 취약성을 경제 양극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우리 수출 구조가 수입의존도가 높은 IT산업 위주로 짜여 있고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 휴대폰 등 IT산업의 부품·설비 수입의존도가 평균 40%를 웃돌아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와 고용확대가 늘어나지 않는 등 수출·내수 간 단절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논리적이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부품산업의 취약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다 부품업체 중에도 잘 되는 기업이 많다. 또 수출 확대에 반비례해 늘어나는 부품수입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어야 하나 그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부품산업 활성화가 전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문 간의 경쟁력 차이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해소책도 취약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경기 활성화방안의 하나로 ‘한국판 뉴딜’ 정책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국가가 모든 취약 부문에 지원하기란 어렵다. 결국 경기 활성화는 잘 나가는 산업과 기업의 연구를 통해 성장 모델을 찾아 집중 지원하는 게 지름길이라 본다. 여기에 이런 선도 산업이 관련 부품산업과 연결관계를 갖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기업을 비롯한 잘 나가는 기업들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기술을 공여하거나 공동연구개발 등을 통해 연계고리를 만들 때 양극화 병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