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케이블방송의 핵심 모듈인 POD(Point Of Deployment·수신제한모듈)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 SCM의 제품이 국내 규격인 오픈케이블 표준을 만족시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이하 TTA)는 20일 “오픈케이블 규격에 따르면 유료채널의 스크램블 방송은 채널 변경시에 1초도 방송되지 않아야하는데 실제 SCM의 POD모듈은 평상시에도 1초∼3초 정도 스크램블이 안 걸린채로 방송을 내보낸다”며 “현상태로는 공식 인증을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표준을 따르지 않는 SCM의 POD모듈을 어떤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서 사용해야할지에 대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정보통신부가 올 1월부터 POD모듈 장착을 의무화하면서 유예화를 요구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대립한 적이 있어, 이번 논란이 POD모듈 장착 의무화 유예로까지 불통을 튈 전망이다.
◇SCM의 POD모듈은 표준 불만족=TTA는 SCM의 POD모듈을 엄밀하게 인증 시험한 결과 오류를 발견해 최근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재 SCM의 POD모듈이 오픈케이블 표준을 만족하지 않으며, SCM측이 오류를 소프트웨어 패치로 해결한다해도 이 역시 표준 불만족이란 결정을 내렸다. 즉, 하드웨어 자체를 고치지 않는 한 현재 인증 중인 POD모듈은 오픈케이블방식으로 볼 수 없다는 것.
TTA 관계자는 “완전히 오픈케이블 규격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TTA로서는 엄격하게 인증 시험해 일부 표준을 안 따르는 부분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임시방편책=TTA측은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케이블산업의 의견을 수렴해 조건부 인증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다. 이는 SCM이 사실상 POD모듈 독점 업체이기 때문이다. SCM측이 하드웨어적으로 POD모듈을 재개발할 경우 6개월이 걸린다고 밝힌 이상, TTA가 인증을 안 해줄 경우 국내 케이블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TTA 회의에서 관련 업계는 ‘(SCM측은)표준에 적합하며 상호운용성이 확보된 새로 보완된 HW 플랫폼으로 교체할 것’과 ‘교체에 대한 일정을 명시하고 인증·교체에 드는 일체 비용은 전액 SCM측에서 부담토록 해야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SCM측은 TTA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20일 관련 인력을 TTA에 보내 기술적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아직 이미 국내 보급됐거나 향후 새 모듈이 나오기 전까지 보급될 물량에 대한 리콜 등 비용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POD모듈 유예화 논란 재점화=문제는 정통부가 오픈케이블 규격에 맞지 않는 ‘조건부 인증’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이미 POD모듈을 둘러싸고 일부 MSO들이 여전히 의무화 유예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표준에 맞지 않는 POD모듈을 분리 사용하느니, 아예 기존 내장형셋톱박스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것.
특히 SCM이 최근 독점업체의 지위를 남용해 구매자인 MSO들에게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과 물량 게런티를 요구하는 시점이어서 이같은 주장은 힘을 받을 전망이다.
MSO의 한 관계자는 “이번 SCM의 POD모듈 문제는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세계 최초로 오픈케이블방식을 추진하는데서 오는 POD모듈 분리 모델의 불안정성”이라며 “언제든 유사한 문제가 또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통부의 관계자는 “(POD모듈에)문제가 생겼으면 이를 고쳐서 잘 해결해나가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