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Y2K 대체 특수` 온다

통신장비 업체들이 Y2K(밀레니엄 버그) 대체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는 지난 90년대말 Y2K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장비 등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던 대기업들이 노후화된 통신장비를 인터넷 전화(VoIP) 등 첨단 솔루션을 갖춘 장비로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포드 자동차 등 미국의 대기업들이 평균 4년마다 한 번씩 교체 주기를 맞는 통신 장비를 인터넷 기반의 VoIP 장비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어바이어, 시스코 등 통신장비 업체들이 때늦은 Y2K 특수를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C넷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Y2K 투자 이후 장비 교체 시점인 올해는 지난 90년대 말에 지적됐던 VoIP 서비스의 질적인 결함이 대부분 해결된 상태여서 신규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들이 VoIP를 적극 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들의 이러한 추세는 Y2K 특수 이후 4년 동안 지속됐던 기업의 투자 가뭄을 종식시킬 전망이다.

테리 화이트 IT담당 분석가는 “Y2K문제가 이슈화 됐을 때는 통신 및 전화 장비에 대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시점이었으나 이 때에는 VoIP 서비스 개발 초기 단계로 속도나 신뢰성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VoIP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대기업들이 VoIP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잇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VoIP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전반기의 인터넷 전화 장비 매출은 61% 성장했다. 캘리포니아의 통신장비 시장 조사기관인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판매된 전화 교환(스위치)장비중 약 3분의 1이 인터넷 기반의 전화 장비라고 분석했다. 매출 규모로는 3억 6700만 달러에 달한다.

또한 대기업들의 VoIP 전환은 통신 장비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노텔 네트웍스나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등 통신 장비 공급 업체들이 장악해왔던 통신 장비 시장에 시스코, 어바이어 등 VoIP 장비 업체들이 적극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5년간 VoIP 장비를 판매해 전세계 기업용 전화 스위치 시장에서 7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시스코는 특히 뱅크오브 아메리카에 18만 개의 인터넷 전화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고 지난 달 밝혔다. 포드 자동차도 시스코의 인터넷 전화 장비를 5만대 가량 설치할 계획이다.

어바이어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어바이어는 한국의 교보생명, 호주국립대학 등의 고객을 확보했다. IT 전문 조사 기관인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 어바이어는 인터넷 전화 장비 시장에서 23.9%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시스코를 따돌렸다. 시스코는 23.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