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액이 2000억달러를 곧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IT·전자 수출도 올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하니 근래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 이후 40년 만에 2000배의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그동안 수출에 앞장서온 기업인들과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온 정부 모두가 합심해 이룩한 땀의 결정체라고 하겠다. 특히 치열한 수출전선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는 투철한 기업가 정신으로 일한 기업인들의 노력이 이 같은 수출강국을 만든 결정적 요인이라고 본다.
수출 2000억달러 달성을 통해 IT·전자산업의 책무는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 이미 전체 수출액의 40%대를 디지털 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IT·전자가 우리나라의 수출효자산업임을 입증하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수출증가율 연평균 23%대를 유지했다. 그 덕분에 세계 83위에 머물던 수출규모도 12위로 올라섰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0.07%에서 지난해에는 2.7%로 확대됐다. 하나같이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이제까지의 성장세가 앞으로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의 극심한 경기침체와 기업의 투자부진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소해 수출액 3000억달러 시대를 빨리 여는가는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경쟁 속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해 수출을 확대해 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시장에서 남보다 앞선 기술력 확보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더욱이 수출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어젠다(DDA) 등 다자주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면서 통상마찰이나 지역경제 블록화 현상도 악화되는 추세다.
이런 조건 속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 8대 무역대국으로 진입하자면 수출전략을 새롭게 다시 짜야 한다. 우선 수출품목 다양화와 질적인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 수출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철강 등 몇 개 품목에 치중해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10대 수출품이 전체 수출의 60%에 달한다. 이 중 어느 품목이라도 암초를 만나면 수출에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이들 품목 외에 독자기술을 확보한 수출전략 품목을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이다. IT뉴딜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을 내실 있게 추진해 IT일류상품 개발과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수출시장도 다변화해야 한다. 지금 수출시장은 중국과 미국 일본 등으로 편중돼 있다. 이들 지역에 집중된 수출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수출확대에 한계가 있다. 특히 정부와 기업들은 기초·원천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남의 기술을 응용해서는 시장에서 절대 강자가 될 수 없다. 독자 기술만이 기술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수단이다. 힘들게 독자 개발한 기술에 대해서는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장 현안인 원자재난과 고유가, 환율 등은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인의 기를 살려 주는 일이다. 그간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해 기업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다시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수출전선에서 발로 뛰며 물건을 파는 것은 기업인이다. 그런 기업인들이 의욕을 상실해 국내투자를 기피하거나 연구개발에 소극적이면 수출대국의 미래는 빛이 바랠 것이다. 경쟁은 세계 일류 기업들과 하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 뛸 수 있는 최상의 여건을 정부가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런 민·관의 일치된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나 수출 3000억달러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