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니지2’에 대한 법원의 뒤늦은 ‘청소년유해물’ 확정 판정에 따라 당국과 관련업계 등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이 ‘리니지2’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리자 우선 관련부처에서는 온라인게임 심의를 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로 일원화하기로 한 국무조정실의 조정안 실행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이번 판결이 확대 해석될 경우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류의 게임 전부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될 수 있는 소지도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아이템을 얻자고 상대방을 속여 죽이는 상황이 반복되어 배금주의에 익숙하게 할 우려가 있어 반사회·윤리적 매체’라는 이유를 들어 정통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온라인게임심의 일원화가 혼선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등위 PC·온라인게임부의 한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의 판단대로라면 영등위의 결정이 우선하겠지만 아직 일원화 논의가 진행중인 과도기 상태에서 청소년 유해물 판정을 내림에 따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을 제공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말을 아끼고 있다. 온라인게임 심의를 영등위로 일원화하기로 한 상태에서 입장표명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리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해 뭐라 말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해 다음주중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패소판정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측도 일단 판결문을 정밀 검토해보고 항소나 항소포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항소를 포기할 경우 18세 이용자의 가입을 차단하고 이미 가입한 18세 이용자에 대해서는 로그인을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 보완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18세 이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해 매출에는 별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에 따른 이미지의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게임 심의를 영등위로 일원화하는 등 국무조정실의 조정결과가 나오는 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가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대다수 온라인게임들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지난 6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리니지2’를 19세 이상 이용가능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자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은 게임이며 영등위의 18세이용가 결정에도 불구하고 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이중규제”라며 소송을 낸 바 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