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기자에게서 국제전화가 걸려 왔다. 독일 뮌헨에 있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이근구 팀장이었다. 첫 마디가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독일에서 도입됩니다”였다.
요지는 뮌헨 소재 바이에른주 미디어관리청(BLM)이 내년 6월 지상파DMB 시험방송을 시작해 2006년에 상용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 팀장의 들뜬 목소리는 그동안 지상파DMB가 국내에서 받은 온갖 의구심에 대한 대답이었다.
사실 국내 독자 휴대이동방식이라 불리는 지상파DMB는 애초 절름발이로 시작했다. 몇년 전 언론노조가 정통부의 미국식 디지털방송(DTV)전송방식이 휴대이동수신에 약점이 있다고 지적, 유럽식을 대안으로 제시하자 맞받아치기 위해 2년 전 지상파DMB가 태동했다. 정보통신부가 ‘그렇다면 휴대이동이 가능한 방식을 만들어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유럽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에다 동영상을 실어 나르는 표준을 제정하고자 한 것.
삼성전자, LG전자, 넷앤티브이, 픽스트리, ETRI 등의 많은 연구원이 정통부에 호응해 지상파DMB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냈고 올해 초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때 뜬금없이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노키아의 휴대이동방식인 ‘DVB-H’가 제기됐다. ‘DVB-H가 지상파DMB보다 좋은 규격이라서 유럽 등 전세계 휴대이동방식 표준은 이쪽으로 흐른다’는 것. 결국 ‘국내용’에 불과한 지상파DMB를 사장하고 우리도 ‘DVB-H’로 가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기자는 당시 자신들이 디자인한 규격이 사라질까 고민하던 연구원들과의 술자리를 기억한다.
말도 많았지만 7월 정통부·방송위·KBS·언론노조가 DTV방식 대타협을 하며 지상파DMB를 국내에서 상용화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그래도 일각에선 ‘국내용’ 지상파DMB를 폄하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날 한 통의 국제전화는 ‘국내 독자규격의 꿈’을 웅변했다. 지상파DMB가 유럽 DAB에 뿌리를 둔 만큼 ‘대한민국 독자규격’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삼미슈퍼스타즈 감사용의 승리’를 기자는 고대한다.
IT산업부·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