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업계가 북미시장 공략에 총공세를 펼치면서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북미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SK텔레텍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휴대폰·MP3·TV·카메라 등 여러 기능을 한데 묶는 컨버전스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북미시장을 최대 수요처로 지목, 공략에 나서면서 대회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시장이 사스여파를 계기로 주춤하고 있고, 고가폰 시장의 경연장으로 인식돼온 유럽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국내 휴대폰업계가 북미시장으로 공략의 초점을 다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중국시장은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고, 유럽시장은 3세대(G)폰 이외에는 당분간 커다란 모멘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미국시장이 다시 컨버전스시대를 맞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거대시장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에는 모든 휴대폰 업계가 달려들어 또 다시 최고의 경쟁상황을 연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경·의미=휴대폰시장의 흐름이 다시 북미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북미시장은 모토로라의 강세와 고가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대량공급의 기회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 휴대폰업계는 미국시장에는 현상유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한편 동구권을 포함한 유럽시장 공략에 총공세를 펼쳐왔다. 하지만 중저가폰 부문에서 노키아와 지멘스·중국업체들의 선전이 부각되면서 중국시장과 유럽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당연히 국내 기술력을 담은 하이엔드폰의 수요처로 북미시장이 최근 들어 부각됐다. 미국시장은 중국시장에 이어 최대 단일 시장이다. 이에 따라 북미시장이 3G·4G로 이어지는 휴대폰 단말기의 격전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LG·팬택 “올인 태세”=국내 휴대폰 빅3 중에선 단연 LG가 적극적이다. LG전자가 가장 치중하는 시장은 유럽과 미국시장이다. 유럽시장은 신규시장으로서, 미국시장은 기득권을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의 현지화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LG전자는 우선 현재 현지 R&D의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지에서 원하는 제품을 적시에 공급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현재 20∼30명인 인력을 내년에는 200명까지 충원할 예정이다. 현지 서비스사업자와 유통업체와의 협력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팬택 역시 현지법인인 팬택 와이어리스를 오렌지카운티의 사이프레스로 이전하고 현재 24명 수준인 본사 인력을 120∼200명으로 늘려 AS·물류·전사·인사 등을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뉴저지·캔자스·애틀랜타·토론토 등 5개의 현지 사무실도 조만간 개소, 독자브랜드로 미국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중견업체도 “한판 벼른다”=이지엠텍·이노스트림·VK·SK텔레텍·KTF테크놀로지스 등 중견휴대폰업체들도 미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SK텔레텍과 KTF테크놀로지스는 이미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전문팀을 구성,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지엠텍 등 중견업체들도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견업체인 A사는 이미 미국업체와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며, 또 다른 B사 역시 조만간 ‘대박’을 터트릴 전망이다.
◇전망=업계는 매출 극대화 전략에서 수익성 우선으로 기업의 경영전략이 변화하면서 미국시장이 앞으로 꾸준한 관심시장으로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컨버전스시대로 접어들면서 IT 인프라 구축에 앞선 미국시장이 자연스럽게 부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수익성 차원에서도 고가폰이 저가폰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세한 만큼 국내 기업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다소 미국시장에서 앞서 있는 LG전자와 이를 따라잡으려는 삼성전자·팬택계열, 시장다변화에 나서는 중견기업들 간 당분간 ‘뺏고 빼앗기식’ 시장 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