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되는 LG­-노텔 `통신장비 합작`

 LG전자와 캐나다의 노텔네트웍스 간 통신장비 관련 합작사 설립이 구체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월리엄 오웬스 노텔네트웍스 회장과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만나 합작사 설립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을 정리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큰 그림은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들 두 회사 간 합작사 설립에 주목하는 것은 국내 처음으로 통신장비 부문 합작사가 탄생하는 것인데다, 앞으로 통신장비 시장의 경쟁구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사업영역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LG전자와 노텔의 합작 추진 배경은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당사자들만 놓고 보면 기본적으로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윈윈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다. LG전자로서는 다국적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게 되면 그동안 수익성 저하로 고민해왔던 통신장비 사업을 쉽게 구조조정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통신장비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합작으로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기술 경쟁력을 높여 향후 홈네트워크를 비롯한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을 위한 발판을 다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세계 3대 통신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가 확보하고 있는 마케팅 능력과 세계적인 영업망을 잘 활용할 경우 강점인 CDMA·WCDMA 부분에 대한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LG전자가 그동안 필립스와 LG필립스LCD를, 또 히타치와는 HLDS 합작회사를 각각 세워 이들 회사가 지금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의도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노텔네트웍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노텔은 통신장비 토털 솔루션 부문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지만 이동통신시스템과 차세대네트워크(NGN) 부문에선 경쟁력이 취약한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 부문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LG전자와 손잡을 경우 약점을 보완하고 나아가 한국내 시장점유율 확대는 물론 일본과 중국·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발판 마련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두 회사가 핵심역량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당사자들에게는 나름대로 이익이 맞아떨어진 합작 추진이겠지만 간과해선 안될 것이 국내 통신장비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이다. 낙관적으로 보면 이번 합작이 성사될 경우 거대 통신장비 기업이 탄생하게 되어 침체된 국내 통신장비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글로벌 시장 개척도 가속화되는 긍정적 측면이 물론 있을 것이다. 세계적 통신장비 솔루션 기업과 국내 굴지의 전자통신기업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그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통신장비산업의 다국적기업 주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장비의 경우 그런대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어 다행이지만 기간통신장비의 경우 해외 합작선의 장비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다국적 통신장비업체의 국내 투자 진출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큼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체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급하다.

 우리나라가 통신 강국이 되기까지 대기업들의 공로도 크지만 수많은 중소 장비업체의 노력이 한몫한 게 사실이다. 이런 중소 장비업체들이 최근 수요위축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면서 무더기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 통신장비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투자활성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