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끝났다. 지난 4일부터 20여일 간 457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가 계속됐다. 17대 국회의 첫 국감인 만큼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았다. 국회의원들도 ‘정책국감을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감사자인 국회의원의 ‘자질론’이 도마위에 올랐다. 국감 초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국가기밀 유출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민은 의원들의 발언과 질문 수준에 크게 실망했다.
타 위원회에 비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야당 의원은 한국전산원을 상대로 ‘개원 후 17년 간 전산원이 추진한 모든 사업의 계약문건 원본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의원의 요구대로 자료를 제출할 경우 트럭 2∼3대 분량인데 그래도 받으시겠냐고 했더니 ‘제목만 제출하라’고 하더라는 후문이다.
또 다른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한국전산원이 구입한 500만원 이상의 물품 구입 내역을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입각 후 정통부 산하 기관인 전산원이 삼성 제품을 얼마나 구입했나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는 것이 의원 측 설명이었다고 한다. 전산원 관계자는 “결국 요구대로 밤새워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지만, 노트북 두대만 사도 50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이런 자료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푸념했다.
국정감사 요구자료서에 보면 ‘동료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모두 본의원에게도 보내라’는 요구가 공식적으로 명시돼 있는 게 우리 국감의 현수준이다. 내일 있을 국감 자료를 오늘 오후에 요청하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나 의원 보좌진은 정치가다. 기술자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 첨단과학기술을 논하고 평가해야 할 과기정위 소속 의원이라면 달라야 한다. 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전문성을 겸비한 인사들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라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다음번 국감에서는 피감기관의 전문가보다 더 해박한 지식과 정신자세로 무장된 ‘진정한 정치꾼’을 만나고 싶다.
컴퓨터산업부 =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