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를 접하다 보면 국내 벤처기업들이 소프트웨어(SW) 원천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해외에 수출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는 반가운 소식이 간간이 들린다.
하지만 우리 SW산업은 업체들의 영세성과 과당경쟁, 취약한 수익구조, 요소기술의 부재,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 등 악순환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구입하는 대부분의 SW는 외산이고, SW시장의 63%를 SI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중요한 원천기술에 대해서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SW산업 현실이 이처럼 어두운 데 반해 세계 각국은 SW를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하고 투자를 늘리는 등 격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나라 SW산업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SW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SW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IT산업의 핵심으로서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서도 창의력과 아이디어, 기술력만 우수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유망 산업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SW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면서도 SW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데에는 너무나 무관심했다. 따라서 디지털시대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SW 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의 척도이자 지식정보 강국의 초석임을 인지하고 SW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SW산업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자체 규모에 비해 수입 대체 효과가 매우 큰 특성이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컴퓨터 관련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패키지 SW의 경우 외국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또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과학기술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술무역 통계산출 기준에 따라 발표한 ‘2003년도 기술수출 및 기술도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술무역 수지는 24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부문의 무역적자 규모는 9억100만달러로 전체 기술무역 적자의 37.2%를 차지해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위상을 무색케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산SW와 견줄 만한 국산SW가 약간이나마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SW산업분야의 경우, 낮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만약 국산SW가 전무했다면 우리는 외산SW 사용에 대해 훨씬 높은 비용을 외국 기업에 지불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국내SW 산업의 자체 규모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수입대체 효과도 함께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SW산업을 국가적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SW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원천기술 보유업체들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여 외산기술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산 원천 기술들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보호해주는 정부차원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우수한 국산 기술들이 세계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책과 육성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SW개발업체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특정분야에서 정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SW영역의 ‘차별화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이다. 국내 SW업체가 미 MS나 유사 글로벌기업들이 하는 범용성 SW를 해서는 절대 승산이 없다. 독특한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능을 보이는 특정분야 SW를 개발함으로써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제 세계 IT산업은 유비쿼터스라는 새로운 시대적 키워드를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SW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며, 특히 원천기술형 SW는 앞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 생활의 모든 것들을 IT화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한국이 앞장서 나가기 위해서는 불법복제가 판치고 SW산업에 대해 경시하는 그동안의 풍조를 완전히 타파해야 한다. 그리하여 SW의 가치와 중요성이 인정되고, 국산SW의 경쟁력이 커져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려졌을 때 한국은 진정한 주역이 될 것이다.
◆최충엽 신지소프트 대표이사 choicy@sinji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