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DOS의 귀환

 도스(DOS)를 내장한 PC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윈도XP, 윈도 미디어센터 등 첨단 기능을 갖춘 운용체계(OS)가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판에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있는 DOS가 인기를 끌고 있다니 웬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가. 혹시 컴퓨터에 엄청난 부하를 초래해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해킹 기법 중 하나인 ‘DoS(Denial of Service·서비스 거부 공격)’를 잘못 얘기한 것 아닌가 하는 사람도 간혹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에선 이 같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PC업체인 렌샹그룹(레노보)과 우리에겐 파운더라는 영문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방정과기라는 PC업체가 DOS와 AMD의 저가 프로세서를 내장한 PC를 2999위안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40만원밖에 안 되는 것이니 불황의 여파로 씀씀이가 줄어든 우리에겐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DOS를 내장한 PC가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모양이다. 원인은 비교적 단순한데 5위안 정도면 살 수 있는 해적판 윈도 때문이다. DOS를 내장한 PC를 구입한 소비자가 PC를 구입한 가전 제품 매장이나 노점 상인으로부터 해적판 윈도를 구입해 곧바로 설치한다는 것이다.

 DOS가 아닌 리눅스PC도 저가 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다. 현재 리눅스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HP가 리눅스 PC를 내놓고 있는데 일반 PC보다 저렴한 리눅스PC를 구입한 후 해적판 윈도를 설치하면 굳이 비싼 PC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해적판 윈도의 보급이 확산되자 정품 윈도 PC를 판매하는 업체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해 판매대수가 16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PC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을 한참 들이고 있는데 DOS 내장 PC가 지금처럼 위세를 떨친다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오죽 했으면 최근 MS가 중국·인도 등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가 심한 아시아 국가에 윈도의 기본 기능만 갖춘 OS를 내놓았을까.

  장길수 국제기획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