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편하게 자축하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26일 ‘수출 2000억달러 달성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이 밝힌 첫 멘트다. 오찬을 겸한 이날 간담회는 시종 화기애애했고 간담회 내용도 수출을 떠나 문화예술에서부터 바이오기술(BT)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함 속에 왠지 모를 두려움(?)도 감지되는 듯했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고나 할까. 이미 수출 증가율이 20%대를 지나 앞으로는 10%대로 낮아지고 수출 채산성도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보면 수출 4000억달러는 그리 가깝지 않게 느껴진다.
지난 1964년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우리나라는 95년에 1000억달러의 벽을 넘어 올해 다시 2000억달러 돌파라는 쾌거를 기록했다. 64년 당시 세계 수출 순위 90위, 시장점유율 0.07%였던 것이 40년이 지난 지금 수출 순위는 11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점유율 역시 2.6%로 확대됐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지난 40년간 일궈온 수출의 역사를 납득시킨다면 ‘노벨상은 떼 놓은 당상’이라고까지 한다. 그만큼 어려웠겠지만 짧은 기간 눈부시게 발전했다. 누구나 다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무서운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우리나라를 추격해 오고 있다. 아니 일부 첨단분야에서는 이미 우리를 앞질러 나가기 시작했다. 일부 정보기술(IT) 품목에서는 무역역조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김 회장은 수출 4000억달러나 5000억달러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은 BT로 바뀌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 회장이 오찬 간담회의 절반 이상을 BT에 할애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고의 경쟁력 있는 상품이 40년 전의 섬유류와 수산물에서 최근 반도체·휴대폰 등 첨단 IT 제품으로 바뀌었듯이 주변국의 급속한 추격을 받는 마당에 이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경제과학부=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