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 해외서 돌파구 찾자"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관련 부품과 단말기 개발업체들이 돌파구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당초 예상과 달리 각각 ‘초기 지상파 재전송 불가’ ‘연내 상용화 실패’ 등의 악재로 국내 시장이 제때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픽스트리, 퍼스널텔레콤, 이노에이스, 인티그런트 등은 외국보다 한발 앞서 상용 제품 개발에 성공해 유럽·중국의 지상파DMB, 일본의 위성DMB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DMB 기술 개발에 ‘올인’한 중소기업이 국내 시장이 안 열린다고 앉아서 망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해외 시장 공략의 성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위성DMB와 ISDB-T시장=일본은 이달 중순 MBCo가 위성DMB 상용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내년 하반기 NHK 등 방송사들이 지상파 디지털방송인 ISDB-T에 바탕을 두고 휴대폰을 포함한 휴대 단말기용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시장을 겨냥해 인티그런트, 이노에이스, 엠큐브웍스, 기륭전자 등이 뛴다.

 휴대방송용 RF 칩개발업체인 인티그런트(대표 고범규)의 활약이 돋보인다. 위성DMB 단말기용 RF칩은 아직 일본 업체도 개발하지 못해 상용화 초기엔 모듈 형태를 채택했다. 인티그런트는 T사, S사, M사 등이 개발하는 2차 모델부터 자사 RF칩을 공급, 이르면 올 연말부터 이 회사 칩을 내장한 단말기가 출시된다. 특히 위성DMB 기술의 강자인 도시바가 RF칩보다 베이스밴드칩에 초점을 맞추며 ‘무주공산’이 됐다. 박성호 인티그런트 사업본부장은 “일본 경쟁자가 불쑥 RF칩을 개발한다 해도 세트에서 검증하는 데에만 6개월이 걸린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인티그런트는 내친 김에 ISDB-T 단말기용 RF칩 공략에 나선다. 일본 메이저부품업체인 M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최근 ISDB-T용 RF칩 샘플을 개발, 올 연말까지 양산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노에이스와 기륭전자는 일본 차량용 위성DMB 단말기 시장을 개척중이다.

 국내 최초로 차량용 위성DMB 단말기를 개발한 이노에이스(대표 김종식)는 일본 K사와 단말기 시장 공략을 위해 제휴를 맺었다. 특히 이노에이스는 압축코덱인 MPEG4 AVC(일명 H.264)를 구현했다. 일본이 규격을 MPEG4에서 H.264로 바꾸면 시장 진입에 한층 유리해진다. 기륭전자(대표 권혁준)는 일본 MBCo에 이달부터 내년 3월 말까지 10만대 규모로 위성DMB 단말기를 수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엠큐브웍스는 일본 KDDI가 추진중인 ‘디지털라디오기반의 동영상 전송 시연회’에 H.264코덱을 제공, 일본 휴대이동방송의 코덱 시장 진출을 노렸다.

 ◇유럽과 중국 지상파DMB도 기대=지상파DMB 도입에 걸음마 단계인 유럽과 중국 시장에 대한 공략 움직임도 부산하다.

 최근 독일 바이에른주는 내년 6월 지상파DMB 시험방송을 실시할 것을 밝히고 다음달 지상파DMB 방송시스템 구축을 위해 우리나라 업체들과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바이에른주가 유럽 진출의 교두보인 셈이다.

 픽스트리(대표 신재섭)와 온타임텍(대표 황재식)은 세계 유일의 지상파DMB용 하드웨어타입 인코더 개발업체. 신재섭 사장은 “인코더는 물론, 지상파DMB용 H.264솔루션 시장 공략도 주시한다”고 말했다.

 지상파DMB에 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없이 자체 시험서비스를 진행 중인 중국 시장도 사정권에 곧 들어선다. 그간 중국에 공을 들여온 퍼스널텔레콤(대표 박일근)은 중국 Z사와 지상파DMB용 단말기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이달 말 첫 공급에 나선다. 박일근 사장은 “(초기시장인) 중국에 수출하는 첫 사례의 의미가 있다”며 “공급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마당 없는 불안=이처럼 해외 시장 개척의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업체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휴대이동방송시장의 잠재력은 크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수익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한 업체의 기술이사는 “일본 위성DMB 시장이 아직 확실하지 않아 국내 시장이 받쳐주지 않으면, 거대 중국 시장이 열릴 때까지 버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업체들이 앞섰다고 하지만 먼저 시작한 것일 뿐”이라며 “벌써 연구개발자금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