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으로 건너와 새로운 직장을 구한 휴대폰 단말기 연구인력이 200명을 넘어섰습니다.”
엑스포컴차이나 취재 도중 만난 한국 단말기업체 중국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휴대폰 연구개발(R&D) 인력들의 중국행 엑서더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20여개에 달하는 중국 로컬 단말기업체에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 제 2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현 경제상황과 중국업체들의 늘어나는 인력 수요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중국 등 해외로 옮기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글로벌 스탠더드 능력을 갖춘 우수인력의 자발적인 해외진출은 국위 선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국을 등지고 중국 등 제 3국으로 떠나는 단말기 연구인력들의 엑서더스 현상은 박수만 칠 수 없는 상황이다. CDMA 단말기 및 PDA폰 등 핵심 기반기술을 보유한 전문 인력들의 ‘탈한국 현상’은 곧바로 핵심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로컬업체에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한 이들이 한국 업체를 겨냥한 제품을 개발, 한국 중소 휴대폰업체를 상대로 역공에 나선다면 ‘경영악화-생산기반 상실- 실업’이라는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휴대폰 시장은 중저가 단말기를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중국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상당수 업체가 영업이익률 하락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불황과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사태의 심각성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직장을 옮기는 이른바 ‘생계형 기술인력 유출’ 현상은 누구의 탓인가.
나라를 다스리고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먹고 살기 힘들고, 배운 게 연구개발이기 때문에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이들의 심정을 한번쯤 생각해 볼 때다.
베이징(중국)=IT산업부·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