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IT산업

 중국의 기술력 추격이 한국의 발 밑에까지 이르러 1∼2년 후면 일부 핵심 분야에서 한·중 기술 역전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온 게 올해 초였다. 또 중국 경제가 괄목할 만큼 성장하면서 우리 상품들이 중국 상품에 대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보도 수 차례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피부로 절감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67개 IT품목 가운데 절반 이상인 38개 품목에서 대중 무역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중국의 추월 경고에 대한 현실감을 더 해주는 것이어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전체 제조업 품목 가운데 330개는 이미 지난 2001년부터 수출시장에서 우위를 잃었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밀린다면 그걸로 우리 경제는 비탈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또 그간 우리가 조금 앞선 것으로 파악됐던 첨단 바이오 산업의 경우 벌써 중국에 추월 당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중국의 발전속도를 말해준다.

 우리가 중국의 추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중국이 우리 경제에 갖는 의미가 여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광활한 시장에다 풍부한 자본을 갖춘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여기에 저임금 노동력이 떠받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중국에 대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IT제품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나 된다는 것은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당연히 중국으로의 수출보다 수입이 늘 수밖에 없고 미국·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도 점점 힘을 잃을 것은 뻔한 일이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을 상대하기가 그만큼 버거워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1위인 세계 일등상품이 중국의 경우 753개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4분의 1 수준인 53개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물론 중국의 일등상품이 아직은 저임금에 의존하는 바가 크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국과의 경쟁이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갈수록 좁혀지는 한·중 기술격차를 감안하면 중국에서 한국 상품이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일이다. 웬만한 기술우위 상품이라도 중국산의 저가공세에 쉽게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컴퓨터, 휴대폰 등 우리의 수출 주력제품들이 중국시장에서 쫓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해외기업들을 왕성하게 인수합병(M&A)하면서 세계 각국의 첨단기술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올인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첨단제품들이 한국으로 역수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다.

 이대로 방심하다가는 현재 IT산업 분야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도 머잖아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첨단 IT분야의 교역마저 추월 위기에 놓였다는 것은 우리가 정신차려야 할 상황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처럼 원천기술 개발은 소홀히하고 미국과 일본의 선진기술을 사들여 박리다매로 이윤을 챙기려든다면 중국에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우리의 첨단 바이오산업을 추월한 중국의 근본적인 힘이 우리보다 12배나 많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첨단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R&D에의 투자가 급하다.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반을 확충토록 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