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온통 ‘우환’으로 시끄럽다. 태풍 23호가 휩쓸고 간 지 며칠 되지 않아 니가타 주에쓰 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10만명 이상이 대피한 이번 지진은 지난 95년 한신 대지진 이래 산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다. 그나마 일본인들은 ‘지진예측시스템’이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신칸센 참사를 예방하는 준비성을 보여줬다.
지진 피해를 본 알프스전기는 25일 주식 폭락을 겪어야 했다. 신에쓰도 같은 날 실적 호전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업계는 이번 지진이 디지털 호황기에 찾아 온 시련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심 조만간 닥칠 또 다른 지진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해 일본 증시를 쇼크 상태로 빠뜨린 ‘소니발 지진’이 올해도 역시 찾아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일본을 대표하던 소니가 어느새 경제의 발목을 잡는 존재로 인식되는 현실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난주부터 속속 발표된 전자업계의 상반기 실적에선 모든 회사가 작년 대비 이익폭이 확대됐다. 도시바의 흑자 전환, 후지쯔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캐논·엡슨의 사상 최대 실적 등 온통 좋은 소식들뿐이다.
결론적으로 소니발 지진이 오더라도 큰 동요는 없을 듯싶다. 재계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다. 언론들조차 ‘연중 최저치를 밑돌고 있는 소니의 주가에 오히려 안심된다’는 식의 논평을 내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은 오히려 소니의 하반기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한다. 디지털 경기의 대표 주자인 반도체, LCD 등의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미국 경기의 불안감, 원자재 값의 급등 등 불투명한 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소니의 성적표보다는 혜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가전협회(CEA)의 ‘가전의 전당’에 오른 오가 노리오 소니 명예회장은 “현 소니의 위기는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소니 쇼크의 비난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선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해 온 이데이 회장이 이번엔 또 무엇을 제시할지 자못 궁금하다.
국제기획부·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