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하이테크 업계가 소프트웨어 관련 발명의 특허 등록을 압박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 제정에 나설 것을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의회가 3만개의 등록된 발명에서 특허권 보호를 제거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특허권을 얻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초안을 강화하려 할 것으로 우려됨에 따른 조치다.
실제로 의회는 올 해 초 소프트웨어 관련 발명의 특허권 등록 가능성을 축소한 초안을 내놓아 업계의 우려감을 높여왔다.
EADS·IBM·인텔·MS·노키아·필립스·SAP·지멘스·소니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하이테크 업체들의 모임 ‘EICTA’는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럽 의회가 제안한 수정안은 소프트웨어 관련 발명의 특허권을 대부분 제거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의 연구개발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유럽의 수천여 직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프트웨어 특허 법령(software patent directive)’으로 일컬어지는 이 법은 기업들이 휴대전화에서 배터리 전원을 아끼거나 TV화면의 사진을 개선하는 등의 ‘기술적인 기여(technical contribution)’를 하는 소프트웨어로 특허권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이 법 조항이 너무 폭넓게 표현돼 있어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도구로 한 발명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가짜 발명으로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단체인 FSFE(Free Software Foundation Europe)의 조아킴 제이콥스는 “소프트웨어 특허권은 지적으로 불가침영역(no-go zones)을 만들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 영역에 속하는 아이디어를 가질 수 없다”며 “넓은 지적 불가침영역은 비즈니스 영역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의 지적재산권 담당 팀 프레인 이사는 “이 법은 모든 디지털 발명에 대해 특허권 보호를 제거하려 한다”며 “이렇게 될 경우 노키아는 R&D 비용의 90% 정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스 관계자도 “유럽은 ‘모방자의 천국(copycat paradise)’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EU는 컴퓨터 관련 발명의 특허권에 대한 최신안을 마련, 다음 달 중 EU 회원국들에게 공식 승인받을 예정이어서 업계의 이같은 시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