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컴차이나 2004]다양한 기능·브랜드로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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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관에서 열린 ‘PT 엑스포컴차이나 2004’가 닷새간의 정보통신 올림픽을 끝내고 30일 막을 내린다.

 이 기간 3세대(G) 이동통신 라이선스 부여를 앞두고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중국이 들썩였다. 새로운 수요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데다 통신사업자들이 경쟁격화에 따른 새 영업전략을 짜면서 큰 변화의 물결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엑스포컴차이나2004’를 통해 감지됐다.

 ◇한·중·일 3G 놓고 경쟁=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은 3G 휴대폰은 물론 3G를 겨냥한 통신장비를 대거 출품, 중국 정부와 서비스사업자에 강력한 구애의 손길을 뻗쳤다.

 특히 그동안 중국시장의 변방에 머물러온 NEC 등 일본 기업들이 내년부터 중국향 휴대폰 출하량을 올해보다 2∼3배 늘리겠다고 천명, 내년부터 중국 시장을 놓고 한·일 기업 간 대결도 본격 벌어질 전망이다.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TD-SCDMA, WCDMA 등 3G 통신장비 및 시스템을 선보인 유티스타컴, 중흥통신 등 중국 업체들의 부스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 텃밭을 지키려는 중국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을 예고했다.

 ◇변화하는 중국 시장=2004년 9월 현재 가입자 3억2200만명. GSM 2억9700만명, CDMA 2500만명. 2004년 시장 규모 6910만대, 2006년까지 연평균 16% 성장. 중국 휴대폰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13억 거대 인구를 내세워 최고의 바잉파워와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3G 라이선스 부여를 놓고 최종 조율중이다. 이미 국내외 주요 업체들과 WCDMA 필드테스트를 마쳤으며 TD-SCDMA, CDMA2000 등의 기술방식과 투자효율성을 고민중이다.

 베이징에서 열린 ‘PT 엑스포컴 차이나 2004’에 참가한 왕쉬뚱 신식산업부 장관은 구체 일정을 내놓지 않았으나 사업자들은 3G에 대한 기대감을 십분 피력했다.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 등 기존 사업자 이외에도 차이나텔레콤·차이나넷컴·차이나레일콤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유무선이 결합된 차세대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한판 승부를 준비중이다.

 ◇“복수사업자 구도에 대응하라”=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VK·SK텔레텍 등 우리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대응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현지 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내 휴대폰 메이커들의 분석은 사업자수가 늘고 경쟁이 격화될수록 특화된 단말기·브랜드·영업망을 원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식별카드(SIM) 판매만 담당하고 직접 유통에 나서지 않았던 기존 구도와는 천양지차다.

 삼성 중국법인 휴대폰 영업·마케팅부(CMO) 이상국 부장은 “3G 라이선스를 확보해 사업자수가 현재 2개에서 5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경쟁이 심화돼 사업자가 단말기 수급에 직접 개입하려 할 것”이라면서 “결국 전략 단말기와 유통망으로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CDMA 서밋에 참여한 왕 지엔조우 차이나유니콤 회장은 “GSM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CDMA에서도 저가·고가 등 다양한 단말기가 필요하다”면서 “공동 구매를 통해서라도 단말기 수급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략 단말기와 브랜드로 승부를 걸라”=우리기업에 떨어진 특명이다. 이를 위한 우리 업체들의 행보도 발빠르다. 삼성은 이미 ‘SGH-E808’ 카메라폰으로 차이나모바일과의 성공 사례를 남겼으며 내년에는 모델수를 늘릴 계획이다. SK텔레텍은 내달께 가동할 현지 합작업체 ‘SK모바일’을 통해 직영 유통망을 강화하고 CDMA뿐만 아니라 GSM 모델을 내놓아 차이나모바일과의 협력에도 물꼬를 틀 방침이다. VK와 팬택 등은 현지 유통 라이선스를 확보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원우전자·클립컴 등 중소 단말기업체들도 MP3·GPS·PDA폰 등을 중심으로 특화시장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체계적인 대응책 세워야”=이번 전시회는 한·중 기술수준 격차에 대한 통계와 달리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 로컬 휴대폰 제조사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한국관에 참가한 15개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에 이번 전시회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교두보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들의 빠른 기술 습득과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중국)=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인터뷰: 주효양 삼성전자 中법인 모바일 사업부장

“중국 모바일시장은 급속히 변하고 있습니다. 3세대(G) 라이선스를 확보해 새롭게 진입하려는 통신사업자가 늘면서 소수 과점 형태에서 다수의 경쟁 구도로 바뀔 전망입니다. 삼성이 그동안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과 특유의 돌파력으로 성공을 거뒀다면 앞으로는 사업자·유통업체와의 전략적 대응에 더 힘을 쏟을 것입니다.”

 삼성 ‘애니콜’의 중국 영업을 총괄하는 주효양 상무(44). 통신연구소 왕통 원장과 함께 삼성전자 대중국 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중국인 임원이다. 베이징대 전자공학과와 MBA를 거쳐 2년 전 삼성에 합류하기까지 모토로라 중국법인에 9년여를 근무하는 등 현지 통신시장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중국 정부의 3G 라이선스 부여 전망에 대해 그는 “정부는 5년 전부터 매해 내년에 부여하겠다고 말해왔다”면서 “그러나 실제 속내는 현재 중국에서의 3G 투자가 과연 적효한가를 조율하는중”이라고 말했다. TD-SCDMA냐, WCDMA보다 CDMA2000이 더 효과적이냐 등이 아니라 투자시기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휴대폰 판매 라이선스를 개방할 가능성에 대해 그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만큼 100% 개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삼성의 전략에 대해 “고품질화·현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브랜드력과 현지 특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삼성의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localization:세계화와 현지화의 조화)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한 그는 “삼성전자는 결정된 내용을 전 구성원이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국이나 여타 다국적 기업과 다르다”고 전했다.

 주효양 상무는 중국시장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성공 해법에 대해 “중국 기업과 결코 ‘가격’으로 승부하기는 어렵다”면서 “중국인들의 규범 문화에 맞게 인력을 관리하고 대만제품 정도로 인식된 브랜드를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뷰: 팬택 이성규 사장

“올해 글로벌 6위기업으로 올라서고 내년에는 세계 5위 휴대폰 기업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팬택계열(대표 박병엽 http://www.pantech.com)이 오는 2005년 세계 휴대폰 업계 ‘글로벌 톱5’ 진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성규 팬택 사장은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에는 매출액 대비 10%를 웃도는 총 45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 연구인력 2300명을 육성해 원천기술 확보에 전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310만화소 카메라모듈과 주문형 반도체, 동영상 압축기술(MPEG 4) 등 핵심 부품 및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독자기술 축적에 나설 방침이다.

 팬택계열은 지난 2001∼2003년까지 6200억원을 R&D에 투자해 왔으며, 올해에는 매출액의 10%가 넘는 3200억원을 R&D에 집중 투자했다.

 이 사장은 “2004년은 중동·러시아·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팬택 독자브랜드 마케팅 기반 조성과 지문인식폰, 블루투스폰 등 첨단 제품의 수출을 통해 고가시장 장악력을 높인 한해였다”고 평가하고 “팬택 독자브랜드 매출비중은 올 초 15%에서 오는 4분기 45%를 넘어서는 데 이어 2005년에는 80%를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사장은 “저가 휴대폰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며 수익창출이 어렵게 된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메가픽셀, MP3, 라디오 기능을 복합화한 첨단 컨버전스폰 20여종을 출시, 현지 로컬브랜드와 차별된 외국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중국 시장 전략을 제시했다.

 팬택은 올해 중국현지합자회사인 대련대현팬택통신유한공사를 통해 전체 매출의 16∼18%인 100만대를 공급한 데 이어 내년에는 ‘팬택’ 자체브랜드로 약 150만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베이징, 상하이, 다롄 등 현재 3개지역에 운영중인 지사를 내년에는 광저우, 청두 등 중점 거점도시로 확대하고, 중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총괄하는 권역별 총괄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밀착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성규 사장은 이어 “휴대폰 산업은 스피드 경쟁이 승부의 관건”이라며 “제품 생산기간을 8∼10개월로 앞당긴 스피드경영 및 소비자의 수요에 적합한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는 타임투마켓 전략을 통해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