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영교 KOTRA사장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는 국내 소비와 수출의 양대 축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IMF 위기 및 벤처의 급속한 몰락, 신용카드 대란을 겪어 나가면서 어느 새 우리 사회에는 전반적으로 위험을 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한 마디로 ‘도전 정신이 없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국내소비에도 영향을 미쳐 정부의 활발한 경기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 부진의 늪에서 회복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까지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호(號)’의 단발엔진으로 떠 오른 수출 분야는 지난주 역사적인 2000억달러 달성의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는 지난 1964년 1억달러 수출이 달성된 이래, 40년 만에 2000배로 증가한 것이다. 수출의 주종품목도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의 정보통신(IT)산업과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 축을 이루고 있어 한국은 전통산업과 신산업이 적절히 배합된 수출구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IT산업의 수출액은 정보통신, 인터넷 시대에 발맞추어 꾸준한 투자를 통한 급성장을 이루어 내 수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효자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IT산업은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불식하는 국가이미지 개선에 아주 중대한 역할을 해 왔지만 몇가지 우려스런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 주의를 기울여 들여다 보면 우리의 IT산업 발전과 함께 한 수출실적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의 제품 및 광대역통신망 등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어 이러한 IT산업의 내실을 살찌우는 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행히도 2002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게임, 캐릭터, 영화 등 문화콘텐츠가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7억달러 이상의 외화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아직은 제조업에 비해 액수로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문화산업이 고부가가치·고성장산업임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수치이다. 게다가 문화산업 자체가 문화적 파급력이 큰 산업으로 일반 제조업의 수출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산업이고 국가 이미지를 고양할 수 있는 주력산업이다.

특히, 그간 수출을 주도했던 제조업분야가 ‘손’에 의존한 기능 기술에 의존했던 성격을 갖고 있다면 문화콘텐츠 분야는 ‘머리’와 ‘가슴’에 의존한 지식기반의 태도(Attitude) 기술에 의존하는 특징을 가진다.

풍부한 문화적 소재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 문화콘텐츠 분야는 충분히 지속 성장 가능한 분야인만큼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살려가야 한다.

1962년 설립 이래 다양한 제조업의 수출지원에 집중해 왔던 KOTRA도 문화산업, 지식서비스산업의 수출마케팅에 역량을 집중코자 지난해 ‘IT/지식서비스수출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올해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센터의 역량을 보다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오는 2010년 소득 2만달러, 수출 4000억달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는 ‘도전 정신’과 정부의 지원 노력이 하나가 될 경우 정보기술(IT), 문화기술(CT)은 한국 수출의 차세대를 이끌 쌍두마차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ykoh@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