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후반부터 급속도로 발전해온 우리 휴대폰산업은 21세기에 접어들어 정보통신산업의 어느 분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빠른 기술 변화와 짧은 기간 내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대표하며 수출의 주역으로 떠오른 한국 휴대폰산업은 올해 최초로 수출 200억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한국 휴대폰산업은 이미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 IT수출의 양대 축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고 올해에만 1억5000만대가 넘는 한국산 휴대폰이 90여개국의 전세계 휴대폰시장에 파고들며 세계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무장한 시장선도형 제품과 혁신적인 디자인,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복합적으로 융합돼 전세계 휴대폰 사용자 4명 중 1명이 한국산 휴대폰을 애용하며 매료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라면 머지않아 전세계 휴대폰 사용자 중 절반이상이 한국산 휴대폰을 사용할 날도 머지않을 듯싶다.
이제 한국 휴대폰산업은 IT분야의 타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저(基底)산업인 동시에 한국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산 휴대폰 성공신화를 더욱 장기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다시 한 번 우리의 사업기반을 점검하고 원천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우리 휴대폰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몇 가지 관점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상용화 기술과 함께, 원천기술 확보에 업계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기업은 지난 96년 CDMA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여러 선진업체에 뒤지지 않고 CDMA 종주국으로서 제품개발을 주도해 왔다. 최근에는 3G로 대변되는 WCDMA분야의 선행 투자로 해외 3G 휴대폰 시장 선점을 주도하며 한국 휴대폰산업의 부흥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일면에는 원천기술 확보에 실패, 수년간 엄청난 로열티를 해외에 유출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아, 앞으로 다가올 초고속 휴대인터넷, 위성DMB에서 4G에 이르는 차세대 이동통신분야에서는 상용화 경쟁에 못지 않게 원천기술 확보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협업체제’ 강화와 ‘열린 경쟁’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 사실, 해외에서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시장 영향력이 큰 반면, 수많은 중소업체나 벤처업체에는 독자적인 행보나 시장진출을 위한 기회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한적 상황을 고려할 경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 및 제품의 출현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능력있는 벤처업체들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최고의 기술 및 제품이 시장에 살아남고 이를 선도기업들이 적극 활용함으로써 함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정부나 업계가 적극 마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 업체가 해외시장에서 과당경쟁에 치중하기보다는 시장 파이를 키우고 상호 윈-윈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우리 업체 모두가 실익을 챙기면서 시장 여건을 조성해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장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셋째, 최근 디지털 컨버전스화되고 있는 휴대폰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부품경쟁력 역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유수의 해외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국내 부품업체 육성 및 전략적 파트너십 확보를 통한 핵심 부품의 선(先)확보 및 안정적 공급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산부품과 특화기술 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중장기적으로 우수업체 육성 및 부품협력사 지원프로그램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 국산화율 증대와 함께, 국내산업의 부가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성공적인 이동통신산업 정책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앞으로도 한국 휴대폰산업의 경쟁력이 유지되고 더욱 발전,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해 휴대폰 업계 관계자들이 조득모실(朝得暮失)하지 않게 지혜를 지속적으로 모아 가야겠다.
<박문화 LG전자 정보통신사업본부장·사장 mhpark@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