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콘텐츠 시장 활성화의 선행요소인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한동안 업계 이슈였던 DRM 표준화 시도가 주춤하는 사이 음악 서비스 업체들 사이에 복수 DRM 정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DRM을 바라보는 시각이 업체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위즈맥스와 함께 선보인 원스톱 음악 서비스 ‘옙스튜디오’는 DRM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옙스튜디오’는 기본적으로 마크애니 DRM을 지원하면서 DRM 해제·변환 솔루션인 넷싱크도 탑재했다.
특히 기존 음악서비스들이 복수 DRM을 지원하면서도 각각의 전송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과 달리 하나의 프로그램 상에서 파일의 종류를 판단해 기기로 자동 변환·전송해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개발사인 위즈맥스 측은 마이크로소프트의 DRM 등 호환 DRM 수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내달 ‘소리바다맨(가칭)’ 서비스를 선보이는 소리바다도 같은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기본 DRM 외에 넷싱크 등 다양한 DRM 솔루션을 탑재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전략이다.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음악서비스 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은 일반 소비자들을 유료 서비스로 끌어오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DRM 진영의 협조 없이는 완성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프로그램 상에서 많은 DRM을 지원하다 보면 프로그램이 무거워지고 서비스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공식 출범한 DRM 협의체의 행보가 주목된다. 디지캡·마크애니·실트로닉·잉카엔트웍스·코어트러스트·테르텐·파수닷컴 등 유수 DRM전문 업체 7곳이 모인 이 협의체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송 프로그램의 모듈을 호환시킬 계획이다.
콘텐츠에 암호를 걸어주는 핵심 인코딩 기술을 공유하기는 힘들어도 이를 풀어주는 디코딩 기술을 서로 호환시키는데에는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서비스 업체들은 훨씬 쉽게 안정적으로 많은 DRM을 지원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한 음악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표준 DRM이니 공용 DRM이니 하는 말들은 많지만 결국엔 ‘소비자가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무게를 둬야한다”며 “자연스럽게 DRM의 핵심 모듈이 표준화되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서비스 업체들 스스로 많은 DRM을 지원해 소비자 편의를 도모하는 방식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