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이 떨어지는 소니를 거미줄로 잡아올렸다’
소니의 올해 2분기(7∼9월) 실적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니가 이익 폭을 늘린 마지막 분기는 지난 2002년 3분기(10∼12월)였다.
이번 소니의 영업이익 증가는 ‘스파이더맨’ 덕분이다. 올해 전세계 영화계를 강타한 ‘스파이더맨 2’를 만든 영화 부문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니의 주력인 일렉트로닉스 사업은 대폭 수익이 감소했다.
◇소니 구한 ‘스파이더맨 2’=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하라 가츠미 부사장이 “실로 오랜만에 이익 폭을 확대했으며, 영화사업이 크게 기여했다”고 말문을 연 것을 보면 소니로서는 스파이더맨이 구세주나 다름없다. 최근의 결산때 마다 이익이 줄어들고 있던 소니에게 그래도 웃음을 선사한 스파이더맨은 사실 IT버블 붕괴 직후인 지난 2002년에도 전작 ‘스파이더맨 1’으로 돈을 벌어줬다.
올 여름 공개된 스파이더맨 2의 흥행 수입은 전 세계적으로 약 8억달러. 이에 따라 2분기 소니는 영화 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917억엔이었고 DVD 소프트웨어(SW) 판매도 호조를 보여 영업 손익이 전년의 46억엔 적자에서 274억엔 흑자로 전환했다.
소니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1조7023억엔으로 집계됐다. 무려 30.6%가 증가한 434억엔의 영업이익이 오로지 영화 때문이었다.
◇본업는 장사 못했다=일렉트로닉스 부문의 매출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전년 대비 2.5% 감소한 1조2133억엔, 영업이익은 무려 83.4% 줄어든 72억엔으로 집계됐다. 디지털 가전의 단가 하락과 반도체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 등이 컸지만 연초부터 그렇게 외치던 인력 감축 등의 구조 조정 효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눈에 띈 것은 SW 부문의 공세다. 미국 메트로골드윈메이어(MGM) 인수와 관련 소니 측은 “MGM의 SW 자산을 소니의 배급·판매망을 통해 전세계에 보급할 계획이다. 인수 대금이 절대로 비싸지 않다”고 강조했다. BMG와 통합한 음악 부문에서 신속하게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행보다.
◇크리스마스 대목기가 시험대=소니는 지난 해 주력인 평면TV 등의 출시 시기를 크리스마스 대목 바로 전까지도 맞추지 못해 손해를 봤다. 이에 대해 이하라 부사장은 “올해는 앞당겨 투입, 3분기에 사활을 걸겠다”고 말했다.
오가 노리오 명예회장이 지난 주 “최근의 소니에 실망한다”는 발언에 대해 “더욱 분발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소니의 해석대로 오가 명예회장의 격려에 현 경영진이 부응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연말 대목에 여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