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가 남성과 여성에게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줌으로써 이들이 결혼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김성진 중소기업청장이 지난 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출범하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역할과 관련,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이다. 김 청장은 결혼정보회사를 예로 들며 재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 자연스럽게 서로 협력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는 한국적 기업 현실을 좀더 찬찬히 고려해 봐야 한다는 요구가 따라 다닌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특히 성공한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최근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에 나선다고 하지만 그 뒤에는 기업 이미지 쇄신이라는 또 다른 마케팅 전략이 깔려 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재계와 중소기업계의 대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대·중소기업 협력의 일환으로 올해 공동으로 출범한 대·중소기업협력위원회의 활동을 봐도 알 수 있다. 위원회는 그동안 공동사업 발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서로의 목표가 달라 쉽지 않다고 위원회 관계자는 토로한다.
중기청의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설립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특히 대기업들은 수출을 통해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반면 내수에 목맨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기청의 이번 결정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절반의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는다면 이 사업 역시 예산낭비에 그칠 수 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협력이라지만 사실 대기업이 뭐가 부족하다고 중소기업과 협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사실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결코 희생만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중기청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대변하는 정부기관이지만 대·중소 협력정책만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펼쳐야 할 것이다.
경제과학부=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