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미 대선 관객은 없다

우리는 결코 美대선을 즐기는 관객이 아니다

박빙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 ‘얇게 낀 얼음’을 말한다. 승부나 경기 따위가 서로 실력이 팽팽하여 어느 한쪽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스포츠 경기나 선거나 박빙으로 치달을 때 흥미가 최고조에 달한다. 물론 당사자들이야 피를 말리는 긴장이 계속되겠지만 주위의 관심은 당사자의 긴장상태와 무관하다.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박빙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3번의 무승부를 거쳐 늦가을 비를 무색케 하는 후끈 달아 오른 열기는 말 그대로 박빙이었다. 모두가 승자인 축제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도 박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대선도 마찬가지다. 부시와 케리의 박빙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도 예측을 피하며 살얼음판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미 대선은 모두가 승자인 축제의 프로야구와는 다르다. 박빙으로 흥미를 유발할지는 몰라도 모두의 축제가 되지는 못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만의 선거가 아니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미국 대통령은 ‘코드 1’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의 말 한마디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경제가 불황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미국의 우산 밑에 있는 나라들은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을지 모른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피해를 보는 나라도 있고 이익을 얻는 나라도 있다. 박빙의 승부를 보이는 미 대선은 각 나라의 이해관계에 따라 크게는 운명을 달리 할 정도로 여파가 크다. 따라서 관객은 없다. 관계되는 지구촌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는다. 가을의 축제인 프로야구와 다른 박빙이다. 우리나라가 예의주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다. 대북정책이 온건노선을 걷느냐 강경노선으로 치닫느냐 하는 우리나라의 통일정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북한과 경제협력으로 그나마 물꼬를 트고 있는 즈음이다. 먼저 부시의 대북정책과 케리의 정책을 비교해서 해석하고 풀이해야 한다. 우리는 결코 미 대선을 즐기는 관객이 아니다. 당장 피부로 다가올 국제정세를 따지고 준비해야 할 때다. 모두가 승자로 끝난 가을의 축제 프로야구처럼 미 대선을 즐기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디지털산업부 이경우차장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