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우리의 주목을 끌었던 미국 대선 레이스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제 43대 대통령으로 다시 뽑힌 것이다. 정말 선거 막판까지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등 혼전을 거듭한 선거라서 관심 또한 컸지만 우리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고 본다. 비록 선거 시스템은 다르지만 끝까지 대선 후보들이 벌이는 공정 경쟁과 유권자들이 보여 준 태도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배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특히 세제감면이나 교육, 사회보장 등 정책 대결에 의한 후보 경쟁은 다음 대선에서 참고했으면 하는 대목이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경제와 국제정치에서의 위치 때문에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일례로 미국경제가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명암이 엇갈리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또 그런 가운데 우리와는 어떤 관계 설정이 요구되고 특히 한·미 간 안보와 경제협력 등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의 기존 우호·협력관계가 변함 없이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안보상의 특수관계 말고도 이제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도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나라가 호혜·평등 원칙에 따라 발전적 관계를 형성해간다면 두루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와 함께 우리는 미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심대한 만큼 부시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주기를 희망한다.
현재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한·미 간 통상 문제 등 양국 간 경제협력이 어떻게 돼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은 위축된 미국 경제를 살리기에 목을 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가 4965억달러로 국내 총생산(GDP)의 5%에 달해 부시 대통령은 현재보다 강도 높은 통상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실업자 동향에서도 보듯이 고용시장이 점차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실업률이 악화될 때마다 미국은 통상정책에서 보호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통상압력은 대미 흑자를 보이고 있는 한·중·일에 집중될 것이고,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선 시장개방 요구와 함께 제조업에 대한 반덤핑 제소와 지적재산권 분쟁을 제기할 소지가 크다. 특히 환율은 약(弱)달러 기조를 유지하면서 강력히 통화절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부시의 대한정책 가운데 우려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기 위해 통상압력 등을 통해 우방국들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자유무역이라는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하더라도 무역적자를 그대로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보면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할 것이 뻔하다. 우리나라는 벌써부터 통신,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시장을 더욱 개방하라는 미국의 끈질긴 압력을 받고 있다. 차기 부시 행정부도 이런 시장개방 압력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내제도에 국제기준 적용을 요구하는 등 경쟁조건을 평준화하려는 노력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우리는 부시 정부의 대한정책에 익숙해 있지만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다. 부시는 제2기 출범에 맞춰 여러 각료와 무역대표부 대표 등 우리와 직접 연관이 있는 인사들을 바꿀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책 테두리가 같다고 해도 그것을 다루는 인물들이 바뀌면 구체적 상황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 정부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부시 제2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정부의 새로운 정책대응이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