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현실이다. 설마 했더니 역시나다. 꼬인 현안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것을 기대했건만 국회는 또 파행이다.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되겠노라고 큰소리치던 정치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볼 수 없다. 살리라는 경제는 나 몰라라다. 민생현안을 처리하라고 자리를 마련해주었더니 엉뚱한 싸움질이다. 말 잘하는 국회의원은 많으나, 토론과 타협을 위한 대화는 없다. 오직 이판사판의 살벌함만 보인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짓이다. 지금은 경제살리기와 개혁 등에 국가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이게 국민의 열망이다. 국회가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 당연한 일 아닌가. 이를 외면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더미 같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으니 한·미 간에 상호 이익극대화를 위한 대미 외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나라 안으로는 경제살리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발등의 불인 우리 경제현실을 보자. 신용불량자가 500만명을 넘었다. 중국의 금리인상과 고유가·원자재난 등 경제 악재는 어느 것 하나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내년 경제전망도 비관론이 우세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예측이 어렵다며 경제전망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제조업도 위기다. 수도권 공장매각이 늘고 있다. 엊그저께는 요식업자들이 솥 데모까지 했다. 유례를 찾아 보기 어려운 데모다. 솥 데모의 의미는 가볍게 볼 게 아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IT산업도 예전 같지 않다.
이처럼 우리 앞에 놓인 현안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단결이 필요하다. 뭉쳐야 한다. 그 속에서 지혜를 모을 때 난제는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역사의 교훈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흩어진 민심을 통합해야 할 정치권은 통합 대신 분열의 선두에 서 있다. 국민의 이해를 조정하고 타협을 유도해야 할 정치권이 싸움의 당사자가 돼 있다.
정치권이 침체한 경제를 살리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겠노라고 약속했을 때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기대도 가졌다. 정부가 IT뉴딜정책 추진을 제시했을 때 국민은 가슴에 새 희망을 심었다. 뉴딜정책은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지만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면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현안을 뒷받침하고 지원해야 할 정치권이 상쟁과 상극의 정치에 빠지면서 민생과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거듭 말하건대 우리 경제는 위기상황이다. 하루빨리 IT뉴딜정책을 추진해 경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 각국은 지금 먹고 사는 먹을거리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 방법은 독자 기술개발이나 IT신성장동력 육성, 수출확대 등이다. 개인이건 국가건 일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배고픔의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게 있는가. 그것은 바로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정이 이럴진대 정치가 경제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정국이 안정돼야 경제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정치권은 국민의 소리를 듣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상쟁은 파멸의 길이며 지는 일이다. 신성장동력 육성과 경제 난제를 해소하는데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제 정치권 만의 리그를 끝내야 한다. 하루빨리 겸허한 자세로 경제살리기와 민생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게 국민의 소리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