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는 케리가 이길 경우 통상압력이 강화되고, 부시가 재선할 경우 고유가 정책이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당선되든 자명한 것은 경제보호주의가 지속되거나 강화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집권에 성공한 부시 정부는 대한 통상정책의 경우 수입에 대한 규제조치를 완화하는 한편 한국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통상 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부양과 자유무역에 초점을 두는 만큼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세 정책을 근간으로 한 경제활성화 시도는 실리콘밸리 등 IT산업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예상케 했다. 다만, 통상과 관련해서는 주한 미 대사가 최근 IT수장인 진대제 장관을 만났다는 사실로도 IT분야까지 통상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부시는 선거유세 기간 동안 “재임중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세금 감세가 고용 창출과 함께 기업과 가정으로 하여금 설비 확충과 주택 개선에 투자할 여력을 가져다 주었다”면서 “재선될 경우 현재의 세금 정책을 유지, 세금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 기업 비즈니스 활동을 장려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 실리콘밸리는 이전의 회복 기조를 탈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보는 실리콘밸리의 인터넷·통신장비·컴퓨터·SW 등 IT산업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가 아시아 각지로 확산 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리나라 수출중 IT산업 비중이 40% 가량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부시의 재선은 이 같은 수출 가도에 큰 변동이 없으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오히려 미국 IT산업과 국내 IT산업의 밀접한 연관관계를 고려하면 부시의 정책에 기댄 미 IT산업의 호조가 우리나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이 미국경제의 전반적인 변화 추이 및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거시경제 정책과 한미 무역 불균형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 개방을 위한 공세적인 통상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중국·일본 등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4965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해 자동차·서비스·IT업종을 중심으로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를 대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적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부시정부가 대북 정책을 강공으로 계속 몰고간다면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증가될 수는 있다. 이에 따른 경제 전반의 악순환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맞는 해법이 나올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의 대 부시정부 관계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다 더 긴밀하고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경제와 외교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장기적인 차원의 대책은 필수적이다. 두 나라의 장기 비전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맞는 경제활성화를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새롭게 요구된다. 특히 IT산업의 경우 그동안 IT839 등 비전 제시 차원을 넘어 종합적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른바 ‘IT뉴딜’과 같은 전환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의 IT산업 회복기에 맞춰 국내 IT산업의 수요를 창출한다면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버릴 수 있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IT산업 부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제는 물론 근본부터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한 체질 개선이다.
◆오해석 경원대 부총장 oh@kyu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