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미디어의 벅스 인수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CJ미디어가 벅스 인수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음반사와의 일괄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J미디어와의 협상창구로 나선 대중음악비상대책협의회의 대표성을 대형 음반사들이 부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몇몇 음반사들은 보상액과 관계없이 협상을 진행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CJ 측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협상 내용은 ‘CJ미디어가 음반업계에 보상 차원에서 현금 100억원과 벅스 지분 20%를 주려했지만 비대협이 현금 200억원 안을 제시해 양측이 막판 조율을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협상에 참여중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 서희덕 회장은 “양측 모두 협상에는 긍정적이어서 세부 사안이 곧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같은 음반업계 내에서 음제협처럼 ‘보상의 수준’을 생각하는 진영이 있는가 하면 ‘협상의 필요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아 CJ미디어가 바라는 일괄 타결이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음악산업협회의 이수만 부회장(SM엔터테인먼트 이사)은 “‘보상’을 논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할 부분이 ‘사회정의’의 문제”라며 “협회 이사진들이 수년간 불법을 자행해 음악산업을 황폐화시킨 벅스의 정상화를 놓고 금전적 보상을 전제로 협상한다는것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9월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이 음반사에게 전송권을 부여했듯 음반사들은 개별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며 “아직까지 비대협은 CJ의 협상안을 업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 결정권은 없다”고 못 박았다. YBM서울음반의 함용일 사장도 “지난 1일 비대협과 CJ미디어간의 협상 내용을 들었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15개 음반사는 ‘현금 100억원과 벅스 지분 20%’라는 안에 반대했을 뿐 수정 요구안을 만들어 전달한 적은 없다. 음반사들 사이에 CJ와의 협상을 서두르는 분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표적인 음반사들이 협상에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양측의 협상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CJ미디어도 내부적으로 협상기한을 정해놓고 ‘현금 100억원 이상 투입 불가’라는 마지노선을 설정한 상태여서 ‘협상 지연’은 곧 ‘협상결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CJ미디어의 윤석암 경영기획국장은 “벅스의 조속한 정상화가 전체 음악 시장 발전 차원에서 바람직함에도 음반 업계 내부의 이견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아 아쉽다”며 “다음 협상에서 마지막 카드를 제시한 후, 협상에 반대하는 음반사의 비중이 여전히 높을 경우에는 벅스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